한중관계 심상치 않다… "사드 '보복' 때보다 악화될 수도"

싱하이밍 中대사 '베팅' 발언 계기 갈등 폭발 양상
사태 장기화 우려… "양국 고위급 소통 재개 필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보복'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언급 등을 놓고 연초부터 위태로웠던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외교 갈등이 결국 폭발한 모양새다.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과 관련해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가 '내정간섭'에 가까운 발언을 한 사실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로 그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직접 겨냥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싱 대사가 비상식적·도발적 언행을 했다"며 이튿날 싱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12일엔 대통령실에서도 "대사가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적절히 하지 못한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싱 대사의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 사이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국대사를 초치하는 '맞초치'하는가 하면 "현재 한국과의 관계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한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싱 대사를 사실상 '두둔'하고 나선 상황.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각계각층 인사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게 싱 대사의 직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외교가에선 한중 양국 간의 이 같은 갈등 양상이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중국과의 '당당한 외교'를 강조하며 과거 문재인 정부의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였을 때부터 이미 예견됐던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통령실 제공) 2022.11.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특히 미중 양국 간 전략적 패권경쟁이 심화돼온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이유로 경제·안보·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의 접촉면을 넓혀온 사실도 결과적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한 요인이 됐다는 분석 또한 제시된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한중 간 갈등 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싱 대사 발언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면서 그간 진행돼온 한중 외교당국 간의 각종 '물밑 조율'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중국 측과 양국 외교장관회담 및 외교안보대화, 그리고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실무급 소통을 추진 또는 진행해왔으나, 현재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중 간 고위급 소통이 조기에 재개되지 않는다면 양국 관계가 지난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당시 이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당국은 주한미군의 사드가 '중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우리 측을 상대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각종 보복 조치를 발동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는 "사드 사태 때는 중국이 유례없는 제재를 가했기 때문에 양국관계가 안 좋아졌다"며 "현재는 중국이 제재를 가할 가능성은 적지만 관계 회복은 더 어려울 수 있다. 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싱 대사가 1박에 1000만원 상당에 이르는 국내 최고급 숙박 시설을 무료로 이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따른 논란도 일고 있는 상황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