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2라운드'…日 수산물 수입 재개 '공세' 거세지나

전문가들 "엄연한 우리 주권사항…해제 논의 시기상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을 마친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5.26/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 정부의 '오염수 시찰단'이 방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가운데 향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요구가 거세질지 주목된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우리 시찰단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과 관련한 5박6일간의 현장 시찰을 마치고 지난 26일 귀국했다.

우리 시찰단은 방일 기간 동안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비롯해 K4탱크, 오염수 이송·희석·방출설비, 제어실, 방사능 화학분석실 등을 살펴봤다. 다만 관련 결과 발표는 일단 '보류'한 상황이다.

시찰단은 이른 시일 내 시찰 결과를 공개하고, 추가로 일본 측에 요청한 자료 분석 등을 더해 최종 종합 평가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이번 시찰단 파견과 무관하게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방류를 계획대로 밀고 갈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이번 시찰단 파견은 지난 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먼저 제의해 진행된 만큼, 자신들의 '성의 표시'를 주장하며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노무라 데쓰로(野村哲郞) 일본 농림수산상은 지난 23일 회견에서 우리 정부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 관련 시찰에 나선 사실을 거론하며 "이에 더해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제한 해제도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이후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및 15개 현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처리 문제와 수산물 수입규제는 별개 사안"이라며 수산물 수입 재개와 관련해 일본측과 외교채널로 논의되거나 수산물 수입 재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일본의 계획대로 올 여름부터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에 대한 수입 재개 압박이 더욱 노골화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많다.

한 마트의 수원점 수산물 코너에 '일본산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재차 제소할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WTO에 우리 정부를 제소했고, 2018년 2월 열린 1심에서 WTO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듬해 4월 WTO 상소기구는 '한국 정부의 수산물 금지 조치는 타당하다'며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WTO 분쟁절차는 2심제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우리 정부가 승소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 및 한미일 협력 등 '외부 요인'을 언급하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만의 경우 작년 2월,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11년 동안 유지해 왔던 후쿠시마 등에 대한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는 일본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및 대만해협 위기 등 일본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이 증대된 것과 무관치 않은 결정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안보 협력 필요성 등 외부 요인 또는 일본 정부의 수산물 수입 재개 요청 등 '압박'에도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는 당분간 한일 정부간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고 이런 불안감과 불신을 불식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없는 상황"이라며 "수산물 규제 해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후쿠시마 수산물 사안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엄연한 우리의 주권사항"이라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도 심리적인 부분이 있는 만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금지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