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산불 끄러 나온 북한군… 'GOP에선 다 보인다'
北 전방 초소 내 '구타'까지 우리 군 과학화 경계시스템 포착
육군 7사단 GOP… 방탄복 입고 철책 따라 오르니 숨이 '턱'
- 박응진 기자
(화천=뉴스1) 박응진 기자 = 최근 건조한 날씨 속에 강원도 화천군 이북 지역에서 산불이 났다.
북한군이 불길을 잡기 위해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내려왔고, 이 모습은 곧바로 우리 군 일반전초(GOP) 부대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포착됐다.
그러나 우리 군이 경고방송을 실시하자 북한군은 MDL을 넘기 전 다시 북쪽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취재진이 지난 27일 찾은 육군 제7보병사단(상승칠성부대) GOP에선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다양하고 세밀하게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7사단은 우리 육군의 최전방 사단 중 하나다.
북한군에서 구타·가혹행위가 여전하다는 사실도 우리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통해 확인됐다.
얼마 전엔 선임으로 보이는 운동복 차림의 북한군이 전방 초소에서 다른 북한군을 맨손과 군홧발로 폭행하는 모습이 우리 군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통해 목격된 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농번기에 북한군이 흰색 옷을 입고 인근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 모습도 관측된다.
북한이 농사일에 동원한 군인에게 군복 대신 녹음 속에서 눈에 잘 띄는 흰색 옷을 입히는 건 탈영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은 북한군을 상상 이상으로 많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군 관계자의 설명은 과언이 아니었다.
MDL을 기준으로 남북 양측으로 각각 2㎞ 거리엔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으로 설정돼 있다. 이 사이 4㎞ 구간이 남북한 간의 '완충구역' 역할을 하는 비무장지대(DMZ)다.
안보관광시설인 7사단 관할 '칠성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약 3㎞ 거리의 북한군 초소엔 인공기가 꽂혀 있었고, 그 아래에서 북한군 1명이 남쪽을 바라보며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다.
북한군 초소 뒤론 우리 군 통신 감청 등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탑형 안테나가 솟아 있었다. 전망대에선 영화 '고지전'의 모티브가 된 한국전쟁(6·25전쟁) 시기 '425고지 전투'의 425고지도 보였다.
칠성전망대에서 우리 군 초소까지 거리는 수백m에 불과하지만, 기자가 무게 10.2㎏의 방탄복을 입고 철책을 따라 경사진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걸어 보니 숨이 금새 턱끝까지 차올랐다.
7사단을 비롯해 우리 육군의 모든 GOP 부대는 MDL을 따라 3중 철책과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설치해 북한군 또는 주민의 월책, 철책 절단, 침입 등에 365일 24시간 대비하고 있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감지센서(광망)와 고성능 카메라 등 각종 첨단장비를 이용해 MDL 일대 이상 움직임 등을 감시·감지·통제하는 데 쓰인다. 이는 우리 군의 원활한 경계작전 수행을 돕는다.
과학화 경계시스템 성능은 계속 개량되고 있다. 3중 철책 가운데 가장 안쪽 철책엔 감지센서가 달려 있어 접촉·절단 등 상황이 발생하면 카메라 방향이 자동으로 해당 상황이 발생한 곳으로 항하면서 현장을 촬영한 모습이 상황실에 실시간 전송된다.
관련 정보가 소초뿐만 아니라 중대·대대 상황실에도 곧바로 전파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7사단의 경우 2015년 7월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 군의 동부 축선을 담당하는 부대 중 처음이었다. 그리고 2016년 9월엔 이 시스템을 활용해 상황 접수부터 북한에서 온 귀순자 신병 유도까지 일련의 작전을 단 19분 만에 마무리하기도했다.
7사단은 매일 임의 지역을 선정해 과학화 경계시스템의 감지 센서가 정상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주 1회씩 전수 점검도 하고 있다. 또 시스템의 고장·오류에 대비해 과학화정비반도 항상 대기 중이다.
7사단 GOP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북한군 동향을 살필 때 과학화 경계시스템 이용뿐만 아니라, 직접 고정초소에 올라 육안으로 관측할 때도 있다.
GOP 경계병 김선일 상병은 "GOP 경계근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1%'란 자부심이 추운 겨울, 더운 여름, 야간 등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며 "밤낮과 휴일 없이 경계작전에만 전념하는 장병들을 믿고 국민 여러분은 안심해주면 좋겠다"고 자신했다.
또 GOP 장병들은 저마다에 할당된 구역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움직임도 놓치지 않고 관측·보고해 '완전작전'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열영상장비(TOD)를 운용하는 이준민 상병은 "최전방에서 적을 최초로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부담될 때도 있지만 야간에 모두가 잠들 때 잠을 이겨내며 가족·친구·전우를 지킨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7사단장(소장)은 "GOP에선 자원자들만 근무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다른 장병들보다도 사명감이 투철하다"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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