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日 '김대중-오부치 선언' 정신 변함없이 계승해야"

강제동원 관련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 외교청서 누락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외교부가 11일 일본 정부를 향해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의 정신을 "변함없이 계승해가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2023년판 외교청서'에 지난달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당시 일본 측이 언급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 계승'에 관한 내용이 누락된 데 대한 질문에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은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한 지난달 6일과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같은 달 16일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한일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가기 위한 취지에서 채택한 것으로서 총 11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일본 측은 이 선언을 통해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함으로써 이후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 토대를 마련했단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계승하기로 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강제징용의 근원인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고 있다"고 재차 상기했다.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오른쪽). 2023.4.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8년 10~11월 우리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일본 전범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피해자들(15명·생존자는 3명)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판결금(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해당 판결금 재원을 민간 기업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일본 기업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외무성은 이날 외교청서에서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긍정 평가하면서 "(한국 측) 조치의 실행과 함께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한일 교류가 강력히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간 교류 확대'에 관한 일본 외교청서 내용을 "주목한다"면서도 "그러나 '일본 기업에서 노동한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인'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강제성을 희석한 표현을 되풀이해 사용한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날 구마가이 나오키(熊谷直樹)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일본 외교청서 내용과 관련해 항의하는 과정에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이날 일본 외교청서에 독도 영유권에 대한 억지 주장이 재차 실린 데 대해서도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밖에 임 대변인은 이번 일본 외교청서에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강하게 요구해 나갈 방침'이란 내용이 담긴 데 대한 물음엔 "일본 정부가 합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한일위안부합의는 피해자 존엄과 명예 회복,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핵심"이라고 답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