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軍마트부터 병원까지… '병역명문가' 할인 쏠쏠하네

3대 모두 현역 복무시 대상… 현재까지 1만2000여가구 선정
"예우 시설 더 늘리고 연령대별 혜택 등 추가 발굴할 필요"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병무청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요즘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란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또 밖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면 1만원 지폐 1장으로는 부족한 실정이다. 수입은 나아진 게 없는데 갈수록 물가가 뛰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마침 '3대(代) 가족'이 병역이행을 했다면 각종 할인을 받는 등 예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은 남들과 다르지 않은 기자도 '병역명문가' 출신으로서 이번 기회에 직접 관련 혜택들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3대 모두 현역 복무시 병역명문가… 현재까지 1만2000가구 선정

기자는 지난 2006년 해군에 입대해 2008년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기자를 포함해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형까지 총 4명이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기자는 3대 가족을 확인할 수 있는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 군복무 확인서 등 서류를 병무청에 제출해 2009년에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병역명문가'는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직계비속, 즉 조부와 부·백부·숙부, 그리고 본인·형제·사촌형제 등 3대 가족이 모두 현역 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에게 주어지는 호칭이다.

선정 대상은 장교·준사관·부사관·병으로 입영해 현역(전투·의무·해양경찰, 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원, 상근예비역 포함) 복무를 마쳤거나 계속 복무 중인 사람이다. 또 국민방위군, 학도의용군 등으로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한 사람, 한국광복군으로 활동한 사람, 독립군 활동 등 독립유공자도 대상에 포함된다.

병무청은 이처럼 병역을 명예롭게 이행한 사람이 존경받고 긍지를 갖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2004년부터 병역명문가 선양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올해 이 사업이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최근 1년 새(2022년 3월1일~2023년 2월10일)엔 2465가문이 선정되는 등 해마다 선정 가문이 늘고 있다. 현재까지 모두 1만2000여가문이 병역명문가로 선정됐다.

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이와 같은 '증서'가 발급된다. 2023.4.3/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전국 1310개 시설서 각종 혜택… 마트부터 병원까지 '할인 또 할인'

병역명문가로 선정되면 병역명문가 증서와 패, 병역명문가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국 1310개 시설에서 이용료 할인 등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병무청 홈페이지에 있는 '병역명문가 명예의 전당' 코너에서 예우시설 조회를 통해 관심있는 지역·업종별 현황을 검색할 수 있다.

기자는 이달 2일 가족과 함께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의릉'을 관람하면서 성인 요금인 1000원을 면제받을 수 있었다. 전국 궁능원·유적지를 관람할 때 병역명문가증을 제시하면 대부분 본인 요금은 면제받거나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3일엔 병역명문가 예우시설 중 가장 인기가 많다는 서울 영등포구의 국군복지단 영외마트(PX) '바다마을'에 가봤다. 이곳에선 일반 마트보다 싼 가격에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병역명문가 본인 외 가족 1인까지 동반 입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날 서울 강북구에 있는 대한병원에도 들러 정형외과 진료를 봤는데, 본인부담금 중 10%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들은 '병역명문가 예우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병역명문가에 체육시설, 공영 주차장 등 산하 시설 이용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20개 지자체가 병역명문가 예우에 동참하고 있고, 그 수는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안과 진료와 종합검진비 할인 등 건강 관련 혜택부터 호텔 등 숙박료 할인 등 금융 관련 혜택까지 민간 분야 예우 업종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의 국군복지단 영외마트(PX)인 '바다마을' 내부 모습. 2023.4.3/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병역명문가 예우시설 더 많아져야, 연령대별 예우 발굴도 필요

그러나 조심스럽게 제안하자면 병역명문가 혜택들이 지금보다 피부에 와닿는 수준이 되려면 집이나 직장 근처 등 발길 닿는 곳마다 병역명문가 예우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국가시설이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만큼 민간 분야로 혜택의 종류와 범위가 대폭 넓어져야 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젊은층을 위한 교육·어학, 고령층을 위한 의료·교통 등 연령대별로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우시설들을 새롭게 발굴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예우시설 관계자들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아직까지 병역명문가 이용이 별로 없는 일부 시설 관계자들 중엔 자신이 일하는 곳이 예우시설임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병역이지만, 국가를 위한 조건 없는 헌신에 대한 예우도 국가안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들이 모두 건강하게 병역을 마칠 수 있도록 잘 보살펴줌은 물론, 성실하게 병역을 마친 것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격려가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 안보는 보다 단단해질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병무청이 병역명문가 선양사업 협조 근거 명확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병역법 개정이 국회 등 관련 기관의 협조를 통해 조속히 추진되길 기대해본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