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외교부장, 새 '외교안보사령탑' 공식 취임 전 방한 가능성

"고위급 흐름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상호 방문 필요성"
"北 핵실험 시 방한 가능성 낮아…대북 압박 수세 속 합의 가능성 낮아"

왕이 중국 외교부장.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왕이 중국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내년 '외교담당 정치국원'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외교부장 신분으로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한할 가능성이 1일 제기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달 열린 '중국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 확정과 함께 정치국원으로 승진했다. 동시에 외교담당 정치국원이었던 양제츠는 당 중앙위원에서 물러나면서 왕 부장이 내년 3월 즈음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외교부장을 사임하고 외교담당 정치국원으로 본격 활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우리나라의 국가안보실장,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카운터파트로 하는 중국 외교를 책임지는 자리다. 차기 외교부장으로는 친강 주미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활성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에 왕 부장이 외교담당 정치국원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와 관련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고 그러한 공감대하에서 (왕 부장의 방한과 관련해)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양측이 구체적 날짜를 논의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전인대가 3월에 열리는 만큼 왕 부장이 방한한다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왕 부장의 방한 성사는 최근 한미일이 중국에 '대북 적극 역할'을 요구하고 우리 정부도 '대중 적극 외교'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보낸 서한에서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새롭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새롭고 적극적인'이라는 표현의 배경을 두고 중국의 대북 외교가 일부 변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현시점에서 (왕 부장의) 방한을 예상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이) 내년 전인대 전에 외교를 활발히 할 수 있다. 한중 간 고위급 흐름 시작한다는 차원에서 상호 방문의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번 당대회에서 68세 이상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삼지 말자(7상8하)는 기존의 관습을 깰 정도로 시 주석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왕 부장은 '전랑(戰狼·늑대 전사)외교'를 이끈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전랑외교는 늑대처럼 상대방을 물어뜯는 중국의 강성외교를 뜻한다.

이에 우리 정부도 왕 부장이 외교담당 정치국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만남을 통해 관계를 다질 필요가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전례없는 무력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자제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지렛대' 역할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 2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이 있고 그 과정에 관여할 책임이 있다"며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다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게 될 경우 방한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한 시 오히려 대북 압박 공세에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중국 입장이 난처해지고 우리나라가 중국에 안보리 제재 동참을 압박할 수도 있어 한중 간에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지가 않다"라고 판단해 왕 부장의 방한을 구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