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LL 넘어 미사일 쏘자 軍 경계태세 2급… 국지도발 대비 총력
올해 첫 격상… 2011년 '김정일 사망' 때와 같은 수준
- 허고운 기자, 박응진 기자, 정진욱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정진욱 기자 = 우리 군이 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따라 전군의 경계태세를 '2급'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전방부대들은 북한의 추가적인 국지도발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북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경계태세를 '2급'으로 올렸다. 군의 경계태세는 평시 '3급'으로 유지되며 최고 단계는 '1급'이다.
경계태세 3급 또한 평시 수준인 C, 평상시와 다른 적의 비정상적 활동이 식별됐을 때의 B, 적의 도발 준비로 판단되는 특이징후가 식별됐을 때의 A로 다시 나뉜다.
이날 발령된 '2급'의 경우 적의 도발 임박 징후가 식별되거나 위기상황에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땐 '충돌' 상황을 대비한 경계태세가 강화되며, 군 병력은 전투나 지원 등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강원도 고성군 소재 육군 A부대 병사들은 이날 오후 피아식별띠를 착용한 채 증가초소에 투입됐다고 군 소식통이 전했다.
'증가초소'란 평시 운영되는 고정 초소의 사이마다 위치한 초소다. 군 장병들이 증가초소 점령엔 나섰다는 건 적의 무력 도발에 대비해 우리 군의 초소 밀집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해당 부대에선 우발상황에 대비한 'B/L탄' 지급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L탄'은 군의 전시 소요량 산정기준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탄약 기본휴대량(Basic Load)'을 말한다.
다른 전방부대 근무 장병도 "우리 부대도 상황을 주시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해 대기하고 있다"며 "A급 경계태세도 평소보다 꽤 높은 수준인데, 지금은 더욱 상황이 엄중하다"고 전했다.
올 들어 '전군 경계태세 2급' 발령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각종 미사일 발사와 공중무력시위, 포사격 등의 무력도발을 전례 없이 높은 빈도로 진행해왔으나, 그동안엔 경계태세 격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군이 이날 오전 경계태세 격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언론엔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3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쏜 사실만 공개돼 있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이때도 북한 내 다수 지역에서 도발을 준비 중인 정황을 포착하고 주시해왔다고 한다. 북한은 동·서해안 10여곳에서 20여발의 미사일과 100여발의 포탄을 해상으로 쐈다.
군 소식통은 "지역 단위로는 상황 발생에 따라 경계태세 격상이 종종 있는 일이지만 전군 단위로는 자주 있지 않다"며 "오늘 격상은 북한이 분단 이래 최초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영해 인근에 미사일을 쏜 엄중한 상황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날 오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SRBM 3발 가운데 1발은 NLL로부터 약 26㎞ 남쪽의 공해상으로 떨어졌다. 강원도 속초로부터 동쪽으로 약 57㎞, 울릉도로부턴 서북쪽으로 약 167㎞ 거리 지점이었다.
우리 군은 지난 2011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당시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한 적이 있다.
경계태세 '1급'은 적의 도발이 있거나 중대한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발령된다. 여기서 '도발'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보다 남북한의 직접적인 충돌이 해당된다. 경계태세 1급이 발령되면 군 병력은 명령에 따라 지정된 지역으로 출동해 '실질적인 전시상태'에 돌입한다.
경계태세 1급이 발동된 대표적인 사례는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직후, 2010년 북한의 해안포 발사 때가 있다.
또 2015년엔 북한의 최전방 부대에 적용됐던 경계태세 1급이 남북 고위급접촉 타결로 하향 조정된 적이 있으며, 작년엔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북한 남성의 이른바 '수영 귀순' 수색을 위해 1급이 발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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