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한 탈레반 인사… 외교부 '단순 실수' 해명
작년 명단 기준 초청장 발송 '실수'… "탈레반 정부로 인정 안해"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우리나라가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인사가 카타르 현지 한국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공식 초청받아 참석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단순 행정적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타국에 자칫 탈레반 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프간 국영 바크타르통신은 19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에 "모하마드 나임 주카타르 이슬람에미리트(탈레반이 사용하는 아프간 국호) 대사대리가 주카타르 대한민국 대사관의 공식 초청을 받아 18일 한국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탈레반은 1996~2001년 아프간을 점령 통치했다. 그러다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를 보호하다 미국의 공격을 받아 정권을 잃었다. 이후 작년 8월 미군이 아프간에서 전격 철수하면서 다시 집권한 상황.
이러한 배경 때문에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을 정식 정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 정부도 작년 탈레반 집권 이후 현지 대사관을 폐쇄하고 카타르 임시사무소로 이전했다.
아울러 아프간 탈레반은 지난 5월부터 카타르 주재 아프간 건물과 차량을 점유하고 탈레반 정치사무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모하마드 나임 대사대리는 카타르 주재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대변인이다.
우리 외교부는 단순 행정적 착오라고 해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주카타르대사관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 작년 국경일 리셉션 초청명단에 기반해 초청명단을 업데이트(갱신)해 발송했다"며 이 과정에서 작년 초청명단에 포함된 주카타르 아프간 대사관으로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탈레반 인사가 우리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에 참석했으나 우리 정부의 탈레반에 대한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아프간 신정부가 국제규범을 준수하고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며 테러리즘의 피난처를 불허하는 한 함께 일할 용의가 있다"며 "정부는 탈레반을 아프간 정부로 인정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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