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美, 한국과 유럽식 핵공유 논의에 열려 있어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보고서 통해 제언

미국의 전략자산중 하나인 항모강습단. (미 해군) 2017.10.15/뉴스1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북한의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무기 재배치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식과 유사한 핵 공유 협정 논의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핵 정책의 우려스러운 새 변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 무기 및 미사일 추구는 한국과 일본, 미국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며 미국 정부를 향한 권고 사항 중 하나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은 미국이 동맹국들을 돕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로 미 대륙 전체를 겨냥하는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수십 개 이상의 신형 전술미사일 시스템 개발과 향상된 전술 핵무기를 전장 사용을 위해 배치하겠다는 발표는 한반도 핵 전쟁의 망령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 9월 북한이 핵무력정책 법제화를 하면서 '선제 핵 공격 옵션'이 포함된 데 주목하고, "북한이 법안에 설명된 일부 시나리오를 통해 핵무기 사용 문턱을 충격적으로 낮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무기 증가는 북한이 전략적 핵 억지 정책에서 잠재적인 전술 핵무기의 선제 사용을 포함한 전쟁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북한의 핵 능력 증대는 기존 연합 군사 계획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남한을 핵 공격으로 남한의 항복을 강요하거나 북한에 대한 반격을 포기하도록 위협할 수 있다"면서 "북한은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미군 및 유엔 사령부의 작전을 위해 일본의 항구나 비행장, 기지의 사용을 거부하도록 겁을 주기 위해 핵 공격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이 약화됐다고 판단하면 군사 행동의 여건이 좋아졌다고 추정할지 모른다"면서 "북한은 남한이 체제 요구를 수용하도록 강요하고, 미국의 대응을 저지하기 위해 핵 위협을 사용하는데 대담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은 북한의 공동 위협에 대한 3국간 대응을 조율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방어 및 공격 수단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정부를 향해 △미국 본토 미사일 방어 능력 향상 △괌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업그레이드 등 역내 탄도미사일 방어 능력 강화 등을 권고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동맹으로서 미국의 (동맹 방어) 실행 가능성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동맹들에 대한 방위 약속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재래식 전력 위협이 충분히 감소할 때까지 역내에서 미군의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동맹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최근 재개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좋은 사례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 내에서 확산하는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주장을 반대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은 유럽 동맹들과 체결한 것과 유사한 핵 공유 협정 논의에 대해선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NATO 회원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유사시 NATO 회원국도 이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검토해볼만한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주미한국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토 회원국 5개 나라에 미국의 전술핵을 배치한 채 핵의 운용 및 전략을 협의하는 방식과 달리 핵무기를 국내에 반입하지 않고 괌이나 오키나와에 배치돼 있는 핵무기를 공유하는 '한국식 핵공유' 구상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지난 13일 한국과의 핵 공유 등에 대한 뉴스1의 질의에 핵무기를 포함한 미국의 모든 방어 능력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밝힌 바 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또 한미일이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외교·국방장관 2+2+2 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한국과의 광범위한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전략폭격기, 핵과 재래식 무기를 모두 쓸 수 있는 항공기, 항모강습단 등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에 대해서는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배치와 기존 육상 미사일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프로그램의 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주장했던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선 향후 수년간 재고가 없는 만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KAMD 프로그램을 일본 및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와 통합하고, 일본과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