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북한 '저수지 SLBM' 발사에 "'킬체인' 의식한 궁여지책"
합참 "한미 감시 회피 목적… 관련 징후 감시하고 있었다"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이 아닌 저수지에서 '수중 발사'한 데 대해 "우리 '킬체인' 능력을 상당히 의식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고 평가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에 대해 '저수지에서 SLBM을 쐈다'고 밝힌 데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킬체인'은 우리 군이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하나로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됐을 때 선제적으로 발사 원점을 타격하는 개념이다.
김 실장은 "지난 9월25일 있었던 북한 태천 일대 상황과 관련해 징후를 감시하고 있었다"며 "(저수지에서 미사일을 쏜 건) 한미 (당국의) 감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달 25일 태천 일대에서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600여㎞, 정점고도는 60여㎞로 탐지됐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SRBM을 쏜 것으로 평가했으며, 특히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차량을 이용했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둬왔다.
그러나 북한은 10일자 관영매체 보도에서 당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훈련을 진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이 SLBM을 잠수함이나 해상 바지선 등이 아닌 내륙의 저수지에서 쏜 건 이번이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전례를 찾기가 힘든 것이다.
북한 매체 보도대로라면 당시 SLBM은 태천 저수지 수중에서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도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SLBM은 잠수함에서 발사할 때 무기체계로서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며 "우리 군은 관련 상황을 분석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의 이번 '저수지 SLBM 발사'가 1960년대 미국에서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진 '프로젝트 선라이즈'(일명 '오르카'(ORCA))에서 착안한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미국 측은 해저에 ICBM 등의 고정형 발사대를 설치한 뒤 필요시 기립시켜 발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소식통은 "지상이 아닌 호수·저수지 등을 미사일 발사장으로 이용하는 건 환경 문제를 이유로 최근에도 미군 당국이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이런 가운데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저수지에서 미사일을 쏘더라도 우리 군이 발사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탐지·요격할 수 있다"면서도 "'킬체인'과 관련해선 정찰·감시자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문 부대변인은 "지금도 (우리 군의) 정찰·감시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군 정찰 위성,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 등을 확보하고 감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며 "여러 방향의 미사일 조기탐지능력 강화를 위해 지상뿐만 아니라 해상 탐지자산을 추가로 확보해가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g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