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차단' 美, 대중 수출통제 조치 발표…삼성·SK 별도심사(종합2보)
AI·슈퍼컴퓨터 반도체칩, 국산 첨단반도체 장비…中수출 통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美와 동맹국 기업, 별도 심사 과정 채택
- 김현 특파원, 정윤미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정윤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의 미국 반도체 기술 접근에 대한 새로운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칩 수출을 제한하고 중국의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 상무부는 이날 특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미국 기업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할 경우 별도 허가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광범위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8㎚(나노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핀펫(FinFET) 또는 가펫(GAAFET) 등 비평면 트랜지스터 구조의 16나노미터 로직칩 또는 14나노미터 이하 로직칩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특히 해당 항목의 최종 목적지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일 경우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이 적용돼 사실상 수출이 전면 통제된다.
다만 중국내 생산시설을 미국과 동맹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별도 심사 과정을 거치는 조건으로 사실상 면제가 적용된다.
이에 한국 기업 가운데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및 후공정 공장)와 SK하이닉스(D램 공장, 후공정 공장, 낸드 공장)는 향후 미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D랩과 낸드플래시 메모리칩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기준을 초과한 제조 설비를 중국에 반입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별도 심사 과정을 거쳐 장비 및 기술 반입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만큼 한국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별도 허가 과정에 따른 사업 지연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미측과 사전에 긴밀히 논의를 거친 것으로 안다"며 "별도 트랙이 생긴 만큼 한국 기업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KLA,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에 중국 소유 공장으로 장비 반출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조치로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중신궈지(SMIC)를 비롯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반도체 장비 생산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상무부는 고성능 AI 학습용칩, 슈퍼컴퓨터용 특정 반도체 등을 포함해 첨단 컴퓨팅 반도체칩, 슈퍼컴퓨터용 반도체칩 거래 등에 대해서도 수출통제 조치를 부과했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8월 국내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 AMD에 AI용 반도체에 대해 허가 없이 중국에 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특히 이 조치는 제3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의 기술 등을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이 적용된다. 미국이 중국 기업인 화웨이를 제재했을 당시 이 규칙을 적용한 바 있다.
이 밖에 미 상무부는 YTMC 등 중국 기업 31곳 대상 민감한 기술 수출을 책임 있게 이행하는지 신뢰성 검증이 불가한 기업들이라며 수출통제 명단에 추가했다.
'미검증기업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 거래 시 물품 수출 전 실사를 통해 검증 작업을 거치고 당국에 추가 라이선스 신청이 요구될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반도체 관련 대중 수출 통제 중에서 가장 강도가 크고 범위가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산 자체 반도체칩 산업을 발전시키고 중국의 군사력 발전을 멈추기 위한 것"이라며 "미중 양국 간 긴장을 고조시키고 수요 침체로 휘청거리는 업계에 새로운 합병증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당 조치는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부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칩 업계의 어려운 시기에 나왔다"며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중국 슈퍼컴퓨터와 관련 장비에 사용되는 칩 공급자들이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허가를 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테아 D. 로즈만 캔들러 미 상무부 수출관리국 차관보는 "중국은 오는 2030년 인공지능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슈퍼컴퓨터 능력 개발에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이 기술은 그들 자국민을 감시 감독하고 추적할 뿐 아니라 군 현대화하는 데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의 행동은 순전한 과학기술 패권주의"라면서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막기 위해 기술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전했다.
gayunlov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