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 속 다시 만난 한일 "심각한 우려"… 긴밀 협력 공감

유엔총회 참석 계기로 정상회담 개최… 2년9개월 만
美도 '관계 개선' 주문해와… 강제동원 해법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2.9.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노민호 기자 = 우리나라와 일본 정상이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마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 등으로 변화된 역내 안보환경이 우선 거론된다.

제77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1일 오후(현지시간)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빌딩에서 약 30분 간 '약식회담'을 했다.

한일 양국이 '약식'으로나마 정상회담을 개최한 건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청두(成都)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마주한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일본에선 이후 총리가 2차례(아베→스가 요시히데(菅義偉)→기시다)나 바뀌었지만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우리나라와의 정상회담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이는 2018년 10~11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 그리고 그에 따른 '보복' 차원에서 2019년 7월 발동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으로 양국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돼온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그 사이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올 3월 재개한 데다, 현재는 제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치고 그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은 기존보다 소형화된 핵무기의 성능 시험을 위한 것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의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일 정상의 이번 만남은 양국 간 과거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북핵이란 공동의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선 서로 힙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성사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일 양국과 각각 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측 역시 그동안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강조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해왔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당시 한미일 정상회의을 주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번 회담에서 "최근 핵무력 법제화,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한일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 정부는 그간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우리 측에 그 '해법' 제시를 요구해온 상황.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는 게 일본 측의 논리다.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낸 기시다 총리 역시 이 같은 전임 정권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시다 총리는 1995년 당시 외무상으로서 '한일위안부합의'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앞서 뉴욕 현지에서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강제동원 관련 해법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는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이견'을 좁히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참석에 앞서 진행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한일관계와 관련해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에 대한 일본 측의 호응 여부도 여전히 미지수다.

우리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한일 간에 여러 갈등이 존재함에도 어쨌든 양 정상이 만나 그 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게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고 밝힌 사실 또한 이 같은 기류를 대변해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날 회담에서 "현안을 해결해 양국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외교 당국에 지시하는 동시에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