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외교부, '사드 3불1한' 브리핑 수정… 단순 실수? 항의 때문?

"한국이 선서→한국이 선시" 홈페이지 표기 변경
'한중관계 걸림돌 돼선 안 된다' 인식 반영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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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 당국이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 문제와 관련해 당초 우리나라가 '3불1한'을 '약속' 했다는 의미의 표현를 썼다가 '대외적으로 표명했다'는 표현으로 수정한 것으로 파악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3불1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3불1한'의 정책 선서를 했다"며 "중국은 이런 한국 정부 입장을 중시해 한중 양측 이해를 바탕으로 사드 문제를 단계적으로 적절히 처리해왔다"고 주장했다.

'사드 3불'은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또 '사드 1한'은 주한미군이 이미 배치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은 그간 우리 정부가 '사드 3불'을 약속했다며 주장해온 반면, 우리 측은 "사드 3불은 약속이나 합의가 아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그간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거론돼왔던 '사드 1한'까지 공식적으로 거론해 파장이 일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왕 대변인과의 문답 내용을 게재하면서 당초 '3불1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선서'(宣誓·여럿 앞에서 굳게 약속하거나 다짐해 말함)했단 표현을 썼다가 '선시'(宣示·사람들에게 널리 알림)로 수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영문 홈페이지엔 'officially announced'(공식 발표)로 번역 기재했다.

중국 외교부가 앞서 사용한 '선서'는 공식적인 약속이란 의미가 강한 반면, '선서'는 사람들에게 입장을 널리 표명했다는 뜻에 가깝다

중국 측이 이처럼 해당 표현을 '선서'를 '선시'로 바꾼 배경을 두곤 크게 2가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AFP=뉴스1

그 하나는 '선서'와 '선시'의 중국어 발음(쉬안스) 및 성조가 같다는 점에서 앞서 '선서'로 잘못 기재했던 대변인 문답 내용을 '선시'로 바로잡았을 가능성이다.

중국 정부 웹사이트에선 발음과 성조가 같은 단어를 잘못 기재했다가 수정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다른 일각에선 중국 측이 우리 정부로부터 '선서' 표현에 대한 항의를 받고 '선시'로 고쳤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 정부는 전날 왕 대변인의 '3불1한' 발언이 보도된 외교경로를 통해 그 경위를 알려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으며, 이에 중국 측에선 '질문이 나와 답변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 측이 우리 외교부의 관련 요청 이후 '선서' 표현을 바꿨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이 사드 3불 등 문제와 관련해 '선시'란 표현을 쓴 건 기존에 '약속' '합의'라고 주장했던 데 비해 우리 측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당시 양측이 '사드가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고 공감한 사실을 들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중국과 적극적으로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