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측 "외교부와 신뢰 깨져… 민관협의회 불참"
대법원 의견서 제출에 "사전 논의 없었다" 유감 표명
- 장용석 기자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측이 관련 해법 논의를 위해 외교부가 구성한 민간 협의회 '불참'을 선언했다.
일본 전범기업 일본제철과 미쓰비시(三菱)중공업·후지코시(不二越)를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피해자 지원단(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및 대리인(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임재성·김세은 변호사)은 3일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에서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현재 2회까지 진행된 민관 협의회에서 전달할 의견은 대부분 전달했다"며 "협의회가 의결(결정)기구가 아닌 의견수렴 기구란 점은 외교부 측이 수차례 밝혀온 만큼 피해자 측 의견전달은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외교부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명령 결정 재항고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지난달 26일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피해자 측에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앞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공익과 관련된 사항에 관해 대법원에 재판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게 할 수 있다'는 '대법원 민사소송규칙'에 따라 이 사건 관련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엔 "정부는 한일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일(對日) 외교협의를 지속 중"이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피해자 측이 사후적으로나마 외교부에 의견서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외교부는 이미 제출된 의견서조차 공개할 수 없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전후 사정을 고려할 때 외교부와 피해자 측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탄 났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언론을 통해 확인된 외교부 의견서 내용을 볼 때, 피해자 측은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가 대법원에 '판단을 유보하라'는 취지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며 "외교부의 의견서 제출은 실질적으로 피해자 측의 권리행사를 제약하는 중대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우리 대법원은 2018년 10월엔 일본제철, 그리고 같은 해 11월엔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의 관련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반발했고, 피해자 측과의 배상협의에도 응하지 않아온 상황이다.
이에 피해자 측에선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압류 및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왔고, 이르면 1~2개월 내에 우리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해당 일본 기업들의 국내 자산이 실제로 매각 및 현금화될 경우 한일관계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단 판단에서 지난달 4일 피해자 측 대리인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를 구성,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피해자 측이 민관협의회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만큼 협의회 가동 또한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지난달 4일과 14일 등 2차례 진행됐다.
다만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단·대리인단은 이날 회견에서 민관협의회 불참을 통보하면서도 "피해자 측은 이후 정부 안(案)이 확정되면, 그에 대한 동의 여부 절차엔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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