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11년만에 '전략기획지침' 변경…새 작계 어떤 내용 담길까

北 전략·전술핵 개발 반영 '실전 대응' 초점 맞출 듯
'전시 60만 미군 증원 시나리오'도 수정 가능성 제기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담에 앞서 주먹을 서로 부딪히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1.12.2/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장용석 노민호 기자 = 한미 국방당국이 북한과의 무력충돌 상황을 대비한 '작전계획'(작계·OPLAN)을 사실상 새로 짜기로 하면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일 서울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새 작계 작성에 필요한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SPG는 작계를 수정하거나 새로 짤 때 그 기본방향을 담는 한미 국방부의 지침 문서다. 이날 확정된 새 SPG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미 양국 군 합동참모본부에서 새로운 '전략기획지시'(SPD)를 만들면. 이후 한미연합사령부가 새 SPD를 반영한 작계를 계획·수립하는 순으로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 한미 양국 군은 2015년 수립된 '작계5015'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무력충돌 상황을 대비한 각종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작계5015'는 북한군의 남침에 따른 전면전 상황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 병력의 대규모 증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작계5027'(1974년 수립)의 후속 작계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신형 ICBM '화성-17형'.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작계5015'는 기존 '작계5027'에다 북한의 급변사태를 가정한 '작계5029', 그리고 북한의 △국지도발과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공격 △사이버공격 △생화학무기 공격 등에 따른 한미연합군의 대응계획이 통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계5015'는 2010년 제42차 SCM에서 제안된 SPG를 바탕으로 작성됐기에 이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향상돼온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2010년 SPG기 제안됐을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횟수는 2006년과 9년 등 2차례에 그쳤고, 이후 '작계5015'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횟수는 2013년 3차 핵실험을 포함해 총 3차례였다.

그러나 북한은 2016~17년에만 3차례 핵실험을 더 했고, 이를 통해 '수소폭탄'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이 기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속도를 내 2017년 한해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화성-14형'(KN-20) 및 '15형'(KN-22)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0월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전문가들은 '화성-14형'의 경우 사거리가 1만㎞대, '15형'은 1만30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서 이 미사일을 쐈을 때 미 본토를 타격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다.

북한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론 더 이상 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화성-15형'보다 큰 신형 ICBM '화성-17형'을 열병식 등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은 또 ICBM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핵투발 수단 개발을 다양화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개발 중인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은 우리나라와 주일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넣는 전술핵 투발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측은 이번 SCM 준비과정에서 새로운 SPG의 필요성을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국방개혁2.0' 추진에 따라 변화된 군 구조를 작계에 반영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기에 이번 SCM을 계기로 한미 양측이 새로운 SPG를 승인하게 됐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오산공군기지의 F-16 전투기. 2020.6.1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작계5015'는 재래식 전력에 대비하는 게 주를 이루고 북핵 문제는 부록 수준으로 다루고 있다"면서 "이를 개편한다는 건 북한의 핵무기를 실질적 위협으로 간주하겠다는 걸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미의 새 작계에선 북한의 재래식 전력 대응뿐만 아니라 유사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하는 상황, 그리고 재래식 무기와 전술 핵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상황 등의 실전 대비책이 모두 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북한 간의 전면전 발생시 현행 작계에선 지상군 위주로 돼 있는 미군의 증원 병력을 해·공군으로 대체하는 내용도 새 작계에 담길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작계5015'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작계5027' 때와 마찬가지로 60여만명의 미군 병력을 증원토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미군이 전쟁에서 지상군을 활용한 건 20년도 더 됐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도 지상군은 최소화하고 해·공군 전력을 활용해 종심 타격을 했다"며 현행 작계상의 미군 증원 시나리오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평택 소재 주한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각종 미군 차량들.. 2021.8.1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박 교수는 "미국은 주한미군을 다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그러려면 지상군 비중을 줄이고 해·공군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경우 새 작계에선 우리 육군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추후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필요한 우리 군의 역량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새 작계에 최근 미 국방부가 발표한 '해외주둔 미군 배치 재검토'(GPR) 결과 또한 반영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한 GPR 결과에서 그간 주한미군에 순환 배치해왔던 공격헬기(AH-64 아파치) 부대와 포병여단을 상시주둔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소개하면서 "그 외 다른 세부 계획은 동맹·우방국들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이 같은 미국의 GPR 결과와 작계는 "서로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전문가들은 "작계와 전작권 전환, GPR, 그리고 주한미군의 역할 등 모두 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