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인 조력자 태운 軍수송기 한국행…'미라클' 작전 성공(종합)

오후 3시53분 인천공항 도착…PCR 검사 후 6~8주 진천 수용

외교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이 오는 26일 국내에 도착한다고 25일 전했다. 사진은 우리 외교관과 함께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있는 우방국 병사 모습. (외교부 제공) 2021.8.25/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조력자들을 태운 군 수송기가 26일 파키스탄을 이륙해 우리나라로 향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와 가족이 탄 군 수송기 1대가 한국시간으로 오전 4시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 수송기는 오후 3시53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 아프간인들은 이번에 '특별공로자' 신분으로 입국한다. 총 76가구 391명이다. 단 이번 수송기 1대에 391명 전원이 탑승했는지 다른 수송기에 나눠서 순차적 방식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력인 이송에 군 수송기 3대를 투입했다.

아울러 이들 중엔 수년간 아프간 현지 우리 대사관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PRT)에서 근무한 자들이 포함돼 있다. 또 5세 이하 영유아 100여명과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신생아도 3명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1년 미국의 아프간전 개시에 따른 지원 요청에 군 비전투부대를 2001~7년 파견했다. 군 철수 뒤엔 아프간 재건을 지원해왔다. 2010~14년엔 PRT를 파견해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을 운영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수 현지인들이 우리 정부와 협력했다.

그러나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엔 이들이 서방 등과의 '공조 세력'으로 간주된다. 특히 탈레반이 아프간 장악 이후 미군 통역관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인 조력자들은 현지 우리 대사관에 신변안전 문제를 호소하며 한국행 지원을 요청해왔다.

이에 정부는 도의적 책임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감, 선진국으로서의 국제적 위상, 그리고 유사한 입장에 처한 다른 나라들도 대거 국내 이송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들의 국내 수용을 결정했다.

조력자들이 아프간 카불 공항까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자력으로 와야 한다는 점, 도착하더라도 공항게이트 인근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 통과가 쉽지 않단 점 등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지난 22일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20개국 외교차관 회의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자국과 거래하는 아프간 버스 회사들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길이 트였다. 아프간 조력자들도 버스 6대에 나눠 타고 무사히 공항에 진입할 수 있었다.

외교부는 그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현지인 직원 그리고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80여 명이 오는 26일 국내에 도착한다고 25일 전했다. 국내에 입국하는 아프간인들이 신원확인을 마친 뒤 한국 공군 수송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외교부 제공) 2021.8.25/뉴스1

아울러 우리 군은 이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공군 C-130J 수송기 2대와 KC-330 공중급유수송기 1대를 23일 오전 인접국 파키스탄에 급파했다.

작전명 '미라클'(기적)로 명명된 이번 이송 작전의 본격 시작은 24일부터다. 카불과 비행거리로 1시간 떨어진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들을 실어날랐다.

아프간 조력자들은 인천공항 도착 직후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임시생활시설에 대기한다. 검사 결과를 확인한 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6~8주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 당국은 이들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기존 확진자 대응 방침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무증상·경증이면 생활치료센터에서, 중증이면 의료기관에서 치료한다.

당초 우리 정부가 이송하려 했던 조력자들은 총 427명이었다. 그중 36명은 아프간 잔류 또는 제3국행을 선택했다. 이에 자발적 의사로 한국행을 포기한 36명을 제외하면, 100% 구출에 성공한 것이다. 정부는 이들에게 일단 단기비자(C-3)를 발급했으며, 향후 체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