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압박·北 협박…리더십 공백 속 휘청이는 우리 외교

中 사드보복에 속수무책, 日 소녀상 문제로 대사 소환해
美트럼프 출범 앞두고 北위협 가속하는데 韓대응 어려움

본국으로부터 일시 귀국 조치를 받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가 출국하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부산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대한 항의표시로 주한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기로 했다.2017.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리더십 부재 속에서 한국 외교가 연초부터 일본, 중국의 외교압박과 북한의 협박, 미국의 리더십 교체기가 맞물려 위기를 맞고 있다.

먼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은 연초들어 노골화 돼 우리 정부의 대중 외교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최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 반대'를 2017년도 중국 외교의 핵심 요점 중 하나로 꼽았으며, 중국 측은 이같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리 정부 관계자를 따돌리고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사드 반대' 주장을 강력 피력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미 중국에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란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보복 조치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는 중국에 대응할 뾰쪽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일본의 대(對) 한국 압박은 부산주재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문제가 발단이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지난해 말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에 대한 항의표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는 실질적이기보다 상징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외교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소녀상 문제를 언급하고 NHK에 나와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여론전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한일간 갈등이 확산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일본의 공세에 '로키(low key)'로 대응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9일 소녀상에 대한 일본의 연이은 공세에도 "위안부 문제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이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우리 정부는 미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드리려는 일본에 대응하기 위해 차기 미 행정부와의 접점을 적극 늘리려는 듯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맞춰 축전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대미 외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동북아발 갈등을 적극 중재하기엔 역량도 의지도 부족한 상태다. 출범 전부터 미러 관계 복원을 선언하고 중국을 압박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전부터 우리 정부에 난관을 예고했다.

이 가운데 북한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나서겠다고 위협, 한반도에미사일 위기를 가져올 태세다. 북한이 공언한대로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북한은 8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최고 수뇌부가 결심하는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ICBM을 발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1~2월 ICBM을 발사한다면 우리 정부는 황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아직 대북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해야 한다.

정부의 역량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시기를 컨트롤 타워의 부재 속에서 맞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에 대한 국내외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greenao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