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문제 한일청구권협정 때 최종 해결" 아베 발언의 진의는?

日 언론 인터뷰…"조기 타결 위한 협의 가속화" 정상회담 합의 내용과 달라
'법적 책임' 인정 불가한 상태서 조율하겠다는 뜻…절충안 고심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2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고 있다.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3년 반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모호하기는 하지만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 데 합의한 것과는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어서 어느 쪽이 진의인지 논란도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귀국 후 일본 BS후지TV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양국 국민이 (해결책에 대해) 완전히 납득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와중에 협상을 진행해 일치점을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여지를 뒀다.

이는 위안부 문제가 법적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우리 정부는 일본 식민지배 당시 자행됐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청구권은 남아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함께 정부 차원의 배·보상을 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양국 국민이 해결책에 대해 완전히 납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알수 있듯이 우리 정부가 바라는 대로 협상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와중에 협상을 진행해 일치점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합의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상 가속화'에 의지가 없지 않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적인 책임을 전제로 하는 배·보상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명목으로 피해자를 지원해 사죄의 뜻을 표현하는 방안에 대해 일본 정부가 검토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일본이 민간 차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상하기 위해 구상한 아시아여성발전기금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친 적이 있어 진전된 절충안으로 보기 어렵다.

일본 정부가 피해자에게 사죄와 함께 인도적 지원을 하되 배상 명목으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사에 겐이치로 전 외무성 사무차관의 일명 '사사에 안'이 해법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일본 총리의 사과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들을 만나 일본 총리의 사과편지 전달 ▲일본 정부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을 담고 있는 사사에안은 이명박 정부 말인 2012년 제안됐으나 극렬한 한·일 갈등 구도 속에 큰 빛을 보진 못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는 양국간 합의가 도출되면 한국의 정권이 바뀌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두번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최종 종결되길 바라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가) 일·한관계 발전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아래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장래세대에 장애가 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서로 합의하면 다음에는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청구권 협정과 역대 총리의 반복된 사죄에도 불구하고 한국 측이 위안부 문제를 계속 언급한다는 일본 내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다짐을 받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두 정상이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는 데 합의함에 따라 양국 간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배상금 지급은 해결 방안에서 제외시킬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우리 정부로서는 일측이 제시할 여러 안에 대응할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장기간 끌고온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더욱 엄격해진 국내 여론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부담도 정부의 몫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이 문제의 완전 종결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세계 각지에 세운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달라는 요구 등을 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greenao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