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영우 "드레스덴 제안, 비핵화 초점 흐렸다"

"북한의 체력을 키워주는 제안…北에 잘못된 시그널"
"北, 중국으로부터 제대로된 제재 받은 적 없어"

(서울=뉴스1) 조영빈 서재준 기자 =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아산플래넘'에서 민영통신사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4.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figure>"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할 때 국민들을 헷갈리게 한 것 같다"

박근혜 정부 2년차 대북정책의 가이드 라인으로 볼 수 있는 '드레스덴 제안'에 대한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평가다.

드레스덴 제안이 발표된지 한달이 다 되어가지만 남북관계 개선 조짐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북핵문제 역시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북미 간 입장차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움직임까지 포착되며, 4차 핵실험 정국까지 생각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천영우 수석을 만났다.

최근 사단법인 '한반도 미래포럼'을 설립해 한반도통일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천영우 전 수석은 최근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직까지 겸하고 있다.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산플래넘'에서 만난 천 전 수석은 북한의 4차핵실험 가능성과 관련 "실제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중국의 제대로된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중국의 압박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 스스로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실시할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 전 수석은 "6자회담 재개의 대전제는 결국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이 이런 이야기를 안하고 있기 때문에 회담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어떤 전략과 의도를 가졌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며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천 전 수석과의 일문일답.

-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의 정치적 결정에 달렸다. 핵물질은 제한돼 있다. 핵실험을 한번 하면 핵무기 하나 만들 기회가 줄어든다면, 핵무기 하나를 포기하고 핵실험을 하는 것이 핵억지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되느냐 하는 고민을 북한도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할 제재를 가하겠다는 판단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로 제대로된 중국의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북한이 4차핵실험을 할 경우)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양측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일을 자제하자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 결국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가▶ 언제 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6자회담을 하고 싶은데 미국과 중국이 잘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했더니 움직이더라 식의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 넓은 시각에서 볼때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나, 낮아지고 있나 ▶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키 이슈'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것은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대전제는 북한의 비핵화인데 그 이야기를 북한이 안하니까 회담 재개를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이러한 전제조건에서 핵을 포기하겠다'고 나와야 대화가 되는 것인데, '앞으로 만들 핵무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라고 하면 대화가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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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현 정부의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왜 그때 그런 시기에 그런 제안을 했는지, 배경에 대해 이해를 잘 못했다. 북한의 비핵화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해놓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가능한 제안들이 있다. 대북정책의 목표가 비핵화에 있는 것인지, 다른데 있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

-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병행하는 정책일 수도 있지 않을까▶ 큰 그림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내용도, 옳은 이야기도 어떤 맥락에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진 북한의 '체력'을 키워주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드레스덴 제안)은 체력을 키워주자는 뜻이 아닌가 생각했다. 주변 국가들에게 '제대로 북한 비핵화 한번 해보자'라고 했을 때 우리가 할말이 있겠냐는 뜻이다. 북한 입장에선 비핵화 안해도 이런저런 것 받을 수 있구나 생각하게 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이 아닌가 싶다.

-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협의가 시작됐다. 전임 정부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뤘던 입장에서 어떻게 전망하나▶ 이명박 정부에서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결의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내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업무를 했을 당시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70~80%를 일본이 수용하면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반대하던 사람들도 많아서 이후 문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사람이 없어 보이는데다 우리 정부가 문제 해결의 합의점 수준을 더 높혀놓은 것 같다.

- 위안부 해결 합의점 수준을 높인 것이 정부의 '자충수'라는 시각도 있는데▶ 해결이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 전임 정부에선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 안보협력 못한다 식으로 하지 않았다.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연결시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어야 다른 현안을 풀 수 있다며 연계하는 측면이 있다. 일본도 문제다. 이것(역사문제) 해결하면 더 큰 안보문제들이 열리는 데 그걸 못하고 '소탐대실'하고 있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