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단자위권, 현실과 국민정서 사이 고민하는 외교부
유엔헌장,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서 日 집단자위권 인정
"중국도 반대 안하는 데, 반대가 당연하다는 듯한 여론에 부담 가중"
"日 집단지위권 반대 못한다"는 설명 못해 답답
- 조영빈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학생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정권의 침략전쟁부정 및 군국주의부활기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검정기준 수정, 평화헌법 개정, 자위권 행사 등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2013.5.8/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figure>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움직임에 대한 국내 우려의 여론이 점차 높아지자 외교부의 표정이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제규범에 따라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 없지만 일본의 우경화 양상에 유독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국내 정서를 감안했을 때 그런 설명을 곧이곧대로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정부 입장의 실체를 분명히 하라는 압박은 최근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계기로 더욱 높아졌다.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이던 정부 고위 관계자가 "(집단적 자위권이) 한반도와 한국의 주권과 관련된다면 우리 정부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한 것이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사실상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상당 부분 용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애당초 일본의 집단자위권은 우리 정부가 인정한다거나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말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사안으로 일본 정부의 선택에 달린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유엔 헌장 51조는 "유엔 회원국은 (자신들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또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과 미국 등 연합국이 1951년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도 "일본은 주권국가로서 유엔헌장 51조에 언급된 개별적 혹은 집단적 자위권을 소유한다"고 해 패전국이었던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재차 확인했다.
그렇지만 일본은 자국 평화헌법에 대한 해석을 통해 집단자위권을 갖지만 행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오다 최근 아베 정부가 들어선 이후 헌법 해석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추구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같은 다소 자극적인 가정들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주문이 외교부 등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군사적 긴장관계에 있는 중국도 하물며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라는 표현은 쓰고 있지 않다"며 "그런대도 우리 정치권에서는 마치 우리가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에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러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다른 고위 관계자도 "집단 자위권은 유엔에서 보장하는 모든 국가의 권리인데, 이것이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우려로 까지 직접 연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웃나라가 군비증강을 통해 군사대국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집단자위권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렵다는 게 이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외교부의 설명은 밖으로 제대로 표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집단 자위권에 반대할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를 하면 국민 정서에 거슬리기 때문에 외교부로서는 정부 나름대로 대처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같은 고충은 최근 외교부의 입장 표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부가 일본의 집단 자위권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부측은 "사실상 용인했다는 것은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며 "정부가 아무런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거나 행동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일본 내 동향을 살펴보면서 우리 국익을 추구하겠다는 뜻이지만,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직설적인 설명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접근방식이다.
한 대일관계 전문가는 "정부로서는 국민 여론을 안고가야 하는 측면과 현실을 설명해줘야 하는 측면 모두를 안고 있다"며 "집단적 자위권 같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정부 당국이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오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해야할 필요가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bin198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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