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최대 치적 '지방 공항'…"앞으로 10개 더" 정치권 선택은

선심성 대규모 SOC 건설로 표심 잡기 나서는 정치인들…만성 적자는 모르쇠
"안전 문제에 대처하려 해도 예산 문제가 다시 정쟁으로"

31일 오전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경찰공무원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3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한 원인으로 소규모 공항의 시설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치인들이 '공항 건설'을 본인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에 우후죽순 공항이 난립했지만 현재 운영 중인 공항 중 73%가 만성 적자에 빠져 있는 상태다. 고질적인 운영난이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착공했고, 당시 사업을 주도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따 '한화갑 공항'으로 불리기도 했다.

실수요를 고려하기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공항을 설립한 탓에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리는 주민들이 포착,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무안국제공항뿐 아니라 양양공항은 2008년 9개월 동안 한 대의 비행기도 뜨지 않아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유령공항'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전두환 정권의 실세였던 유학성 씨가 세운 예천공항은 승객 감소로 2004년 폐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 공항 건설에 열을 올렸다. 가까운 사례로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제주 제2공항과 새만금 국제공항 등 10개의 신공항을 조기에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2019년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공항·철도 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유치를 정치인의 최대 치적으로 꼽는다. 이를 위해 통상 연말에 진행되는 국회 예산 심사에서는 예산결산특위 산하 예산안조정소위 내에 속기록이 남지 않는 소소위를 가동해 '쪽지 예산'을 편성하고,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에 SOC를 건설하는 관행도 있다.

공항·철도 사업의 경우 정치인의 선심성 공약이기 때문에 실제 SOC 건설 후 고질적인 운영난에 시달린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15개 공항 중 인천·김포·김해·제주국제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의 영업이익은 모두 적자다.

이중에서도 2017년과 2019년까지 대구국제공항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3년을 제외하고, 11개 공항이 나머지 기간 중 흑자를 기록한 해는 단 한 번도 없다.

적자 예산은 안전 사고와 직결된다. 이번 무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 짧은 활주로, 공항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 등이 꼽힌다. 무안국제공항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은 가덕도신공항 역시 해상공항으로 활주로 길이와 폭이 작고, 풍향 등 안전 문제를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뉴스1에 "정치권에서 밀어붙여 일단 공항을 세우고, 적자는 지방정부가 부담한다. 공항 건설을 위해 수요를 부풀리는데, 허위 수요니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고, 적자의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며 "안전 문제에 대처하려고 해도 예산이 필요하니 이게 또 정쟁의 발단이 된다"라고 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