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마비되면 野 민심 이반"…與, '줄탄핵 역풍' 내심 반사이익 기대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시 탄핵 외 대안 없어
"탄핵 남발, 보수 결집"…경제 '경고등' 정치권은 '표 계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안 의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의장을 향해 항의하는 가운데 무기명 투표를 하고 있다. 2024.12.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시작으로 뒤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줄줄이 탄핵소추에 나설 태세다. 다만 한 총리와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더불어민주당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야당의 '줄탄핵'으로 오히려 민심의 역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경제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탄핵 공세가 이어질수록 야당을 향한 민심 이반이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여야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의원 192명 중 가결 192명의 의결로 통과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 소추안 가결을 위한 의결정족수로 대통령(200석)이 아닌 총리(151석) 기준을 적용했다.

한 총리가 쌍특검법(내란·김건희) 거부권을 시사한 데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도 사실상 거부하자 민주당은 지난 26일 헌정사상 최초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한 총리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다음 권한대행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됐다.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 역시 최초의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우에 따라선 최 부총리도 탄핵할 수 있다는 태세다. 사실상 '줄 탄핵'을 시사한 셈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국회에서 정한 대로 임명할 공직자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고 따박따박 탄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권한대행을 이어 받은 국무위원이 한 권한대행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뚜렷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형식적 임명권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임명 주체는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 선고가 나오면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최대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늦추겠다는 전략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가장 먼저 넘겨받은 한 권한대행이 '여야 합의'라는 가이드라인을 만든 상황에서, 그다음 권한대행들이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야당의 탄핵 공세가 외려 야권에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총리 탄핵을 앞두고 이날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는 등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가운데, 계속해서 탄핵을 추진할 경우 야당을 향한 민심도 이반할 것이라고 본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에 "한 권한대행에 이어 그 다음 이들도 국회 과반으로 탄핵이 가능할 텐데, 이는 국정 초토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조기 대선으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가려보겠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반사이익'도 기대하는 눈치다. 여권 한 관계자는 "계엄의 잘잘못을 떠나서 골수 지지층들 사이에선 '오죽하면 그랬겠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야당의 탄핵 공세로 결집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며 "비상계엄도 잘못됐지만, 민주당의 탄핵 남발도 이해하지 못하는 중도 지지층이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국정 마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 사회가 떠안게 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어느 한 쪽이 멈춰야 할 텐데, 점점 더 어느 한 쪽이 멈추기 어려운 쪽으로 정국이 흘러가고 있다"며 "그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은 모두 국민들이 보게 됐다"고 꼬집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