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3년 남았다"…與, 계엄 3주 지나 느긋한 '대국민 사과' 예고
성찰보다 내홍·당권 다툼…민심 이반에도 '도로 친윤당'
"정권 재창출보다 내 선거가 중요"…친한계 몰락에 쇄신 실종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국민의힘이 30일 권영세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대로 비상계엄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나설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은 국정 혼란에 대한 사과보단 탄핵 찬성파 색출과 여론전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원죄론' 눈총에도 아랑곳 않고 친윤계가 전면에 나서 당권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여권에선 국회의원들 생사가 갈리는 총선까지 3년 넘게 남아 있어 "급한 것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한탄이 터져나온다.
25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권영세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6일 상임전국위원회, 30일 전국위원회를 거쳐 권 의원 임명 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2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많은 국민들께서 사과가 부족하다거나, 사과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비대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바로 다시 한번 사과하는 행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20여일 동안 국민의힘은 탄핵 수습보단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엔 찬성표를 던진 의원을 색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비공개 의원총회 녹취록과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의 계엄 당일 메시지 전문이 유출됐다.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 과정에서 친한계(친한동훈계)와 친윤계(친윤석열계)의 갈등은 정점을 찍었고, 친한계 내부에선 일부 의원이 이탈하기도 했다.
그 사이 국민의힘 지지율도 급락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12월 3주 차 정당 지지도는 29.7%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직후인 26.2%를 기록, 2주 차에 25.7%로 최저치를 찍었고 3주째 2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수도권과 충청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심의 역풍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다음 날인 지난 8일 김재섭(서울 도봉갑) 의원의 자택 앞엔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함께 커터칼이 발견됐다. 성일종(충남 서산·태안)·신동욱(서울 서초을)·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엔 근조화환이 배달되거나 대자보가 붙었다.
싸늘한 여론에도 국민의힘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차분하게 단일대오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탄핵 찬성파도 공개적으로 지도부를 겨냥하거나 쇄신에 대한 강경 발언을 내놓지 않고 잠잠하다. 오히려 당 지도부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두고 적극적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면에는 국회의원들이 선거 당사자인 총선이 3년 넘게 남았다는 안도감이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제23대 총선은 2028년 4월로 예정돼 있고, 그전까진 국민 여론이 회복될 거란 판단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현실화될 내년 봄 조기 대선 보다는 국회의원들이 당락의 당사자가 되는 다음 총선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뉴스1에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의원들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선거"라며 "지금으로부터 다음 총선까진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불참에 따른 민심 악화를 우려하는 김재섭 의원에게 "1년 후엔 다 찍어주더라"고 했단 언급을 해 논란이 됐다.
당내에선 김무성·유승민 전 의원 등 중진들이 탄핵에 찬성했던 8년 전과는 달리, 현재의 탄핵 찬성파는 초선 의원들과 비례대표가 대다수라 이미 쇄신 동력을 잃었단 평가가 나온다. 한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당 쇄신을 요구하던 친한계의 구심점도 사라진 상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탄핵 정국이 분당까지 이어졌던 2016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친한계와 친윤계가 최근까지 부딪힌 건 맞지만, 한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소위 말하는 친한계나 탄핵 찬성파가 쇄신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만한 동력은 이미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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