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미룬 민주당 셈법은…국정 책임론 비켜서며 명분쌓기
'탄핵 남발' 여론 의식…국정 공백 우려↑ '야당 책임론'도 대두
헌법재판관 임명 가능성에 기대감…27일 오전까지 최종 결정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즉각적인 탄핵 절차에 나서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시사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한 차례 유보한 것이다.
'탄핵안 남발'이라는 여론을 의식하는 한편, 국정 공백 유발에 대한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한 차례 유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30분 탄핵안을 발의할 예정이었다. 탄핵소추안도 이날 성안을 마쳤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안 발의를 보류한 이유에 대해 "한 권한대행에게 상설특검 추천 의뢰를 즉시 할 것, 김건희·내란 특검 공포를 즉시 할 것, 오는 26일 헌법재판관 후보가 국회에서 의결되면 지체없이 임명할 것 등 3가지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6일 본회의를 열어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동의가 이뤄졌을 때 (한 권한대행이) 즉시 임명하는 절차까지 지켜보기로 했다"며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인내를 갖고 기다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탄핵안 접수 보류는 '탄핵안 남발'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예고하자 "국정마비를 넘어서 국정 초토화를 노골적으로 선언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이 현재 부재한 상태에서 국정 공백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까지 실제로 이뤄진다면 '야당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요구 사항 중 자신이 피의자로 적시돼있는 '12·3 내란사태'와 관련한 상설 특검 후보추천과 일반 특검법에 있어서는 다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에 반해, 헌법재판관 임명에는 보다 중립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까지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 협상을 해야할 사안이라며 사실상 임명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과 달리, 오후에는 입장을 선회해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입장을 정한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이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현재로는 미지수인 가운데, 민주당은 이틀 가량 추가 여론전으로 탄핵소추의 불가피성과 명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탄핵소추안 표결에 있어서도 물리적인 시간으론 하루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실질적으로 '한덕수 탄핵 시간표'에 큰 차질은 없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야당 단독으로 채택했다.
통상적으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는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이르면 같은 날 저녁 늦게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임명해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의 동의를 얻은 헌법재판관 후보 3명에 대한 임명 절차를 관례에 따라 이행할지 여부를 최대한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만약 오는 27일 오전까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준비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오후 본회의를 열어 탄핵소추안을 보고할 방침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 발의 유보 이후 기자들에게 "탄핵안을 발의하자는 원내 의원들의 의지가 강했지만 그래도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마지막으로 판단해볼 때 '오는 26일까지는 기다려 보자 ,'한덕수 총리에게 다시 한 번 (기회의) 카드를 주자'고 결정한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 과정을 기다려도) 그래봤자 실제로 하루 차이다"고 밝혔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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