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탄핵' 암초 만난 여야정 국정협의체…첫발도 못 떼고 좌초 위기

민주, 26일 첫 회의 앞두고 한덕수 탄핵 추진 급선회
추경부터 내란·김건희 특검법, 재판관 임명 뇌관 산적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2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난항 끝에 합의한 여·야·정 국정협의체 무용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와 정부는 이번 협의체를 통해 국정의 불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민생 법안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이 급물살을 타며 협의체는 출범 첫발을 떼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협치' 아닌 '강경 대응'으로 자세 고쳐앉은 野…韓 탄핵 추진으로 협의체 '삐그덕'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처음에 국정안정과 내란극복이라는 두 가지 기둥을 가지고 국정에 임했다"면서도 "현재 정부와 여당은 반성이 없다. 이에 민주당은 이러한 내란잔당을 완전히 진압하는 데 역량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래 민주당은 이번 협의체를 통해 국정 안정을 위해 정부·여당과 협조할 예정이었지만, 한 대행이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에 대해 여야의 합의를 종용하는 발언을 하자 협의체에 대한 자세를 고쳐 앉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협치'가 아닌 '강경 대응'을 선언한 셈이다.

윤 대변인은 한 대행에 대해서도 "여야정 협의체를 본인의 결정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오늘의 입장을 통해서 분명히 밝혀졌다"며 "민주당이 거기에 장단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결정했다. 해당 탄핵소추안은 오는 26일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이후 민주당은 27일 본회의를 열고 한 대행 탄핵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이 이같이 계엄 사태와 관련한 진상 규명을 밝히기 위해 한 대행 탄핵안 추진 등 '강경 대응'하기로 하면서 협의체에서의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정 국정협의체는 오는 26일 양당 대표가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여야정 협의체는 '계엄 사태' 이후 여야와 정부가 처음으로 국정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여야는 민생 법안 공동 추진 등 일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여러 정치적 의제와 관련한 여야간 이견 차가 커 협상 테이블에 올라올 의제부터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추경 편성 등을 우선적으로 협의체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여당은 민생 법안들에 힘을 주며 추경 편성 등에 소극적이다.

협의체 테이블 올라갈 '경제 불안정 해결책'… 野 "추경하자"vs與 "예산 조기 집행"

우선 여야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경기둔화가 진행되면서 국내 경제에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등 이 대표가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들어갈 것으로 예정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추경보다는 내년도 본예산의 조기 집행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여당은 이번 여야정 협의체 과정에서 앞서 대표들을 제외시키고 원내대표끼리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낼 만큼, 이 대표의 이번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에 여당은 이 대표의 대표 브랜드격인 지역화폐를 실행하기 위한 추경에는 특히나 반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해당 의제를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이 예상된다.

野 최후통첩 거절하면서까지 韓이 지킨 '내란·김건희 특검법'…여야 충돌 불가피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포 관련 쟁점은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힌다. 야당과 정부·여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탄핵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면서 그에게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즉시 공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한 대행이 이날 해당 두 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야당의 '최후통첩'을 거절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한 대행이 특검법 공포와 관련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을 '특검법을 공포하지 않겠다'로 해석하며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 제출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이 정부와 여당이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절차까지 각오하면서 해당 법안의 공포를 미뤘기 때문에, 두 법안에 대한 처리 여부를 두고 격론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의결정족수를 두고 논란이 펼쳐지고 있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 관한 의제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여·야·정 중 '정' 공백 우려 나오지만 韓 탄핵 추진하는 野, 계엄 사태 수사 드라이브

여야정 협의체의 또 다른 변수이자 협상 테이블 속 의제 중 하나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취가 꼽힌다.

실제 야당 주도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이 현실화되면서 당장 여야정 협의체에서 내각 역할 공백이 우려된다. 한 대행 직무까지 정지되면 협의체의 실질적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이 불가피하다.

야당은 '계엄 사태'에 대한 특검 및 헌법재판관 임명 등이 국정 안정의 가장 핵심이라는 판단 하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여당 역시 위헌·위법성을 집중 제기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난망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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