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 녹취까지 유출된 국힘…'심리적 분당' 100석 무너졌나 '우려'
의원 텔레그램 공개돼…친한·친윤 갈등 격화
한덕수, 특검법 거부권 행사해도 이탈표 속출 가능성
- 서상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민의힘이 한동훈 전 대표의 사퇴에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자중지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12·3 계엄 사태' 당시 단체 대화방 내용과 탄핵 표결 당일 의원들의 고성이 담긴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내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국회 표결에서 8명 이상 이탈표는 상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내란 일반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부결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최근 복수의 언론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 내용과 의원총회 녹취가 공개되면서 당내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JTBC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 의원총회 녹취를 공개했다. 복수의 친윤계 의원들이 당시 한동훈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한 대표가 "제가 비상계엄을 한 게 아니다"라고 받아쳤다는 내용이다. 모 의원이 물병을 내동댕이 쳤다고도 했지만, 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한겨레신문은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당 내부의 내밀한 내용이 잇따라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당내 중진인 권영세 의원은 "녹취록 유출은 참으로 철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국민의힘보좌진협의회 성명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매우 저열한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당내 친윤계 의원을 중심으로 녹취와 텔레그램이 유출된 진원지로 '친한계'를 꼽으면서 계파 갈등에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모 친윤계 의원은 "이같은 보도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과연 누구겠나"라며 "너무나 악의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날에 당 대표가 기름을 붓는데 화가 안 나겠나"라고 했다.
친한계에선 "탄핵 찬성파에 대한 억압"이라고 반발한다.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친한계 김상욱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당내에서 요즘 색출이라는 단어가 너무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에 앞서선 "(찬성파에 대한) 왕따도 심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모 친한계 의원은 "외부의 적인 민주당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적을 만들어 결집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공개 의원총회 녹취까지 공개된 마당에 어떻게 믿고 발언하겠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서로 믿지 못하는 수준으로까지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법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탈표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모 친한계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재의 표결이 이뤄질 경우, 찬성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까지 가결됐는데, 특검법 재의 표결에서 8표를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난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표결 시 여당에선 기권 포함 이탈표가 6표, 내란 일반특검법은 7표가 나온 바 있다. 김건희 특검법엔 명태균 씨 의혹까지 담긴 만큼, 국민의힘 전체를 수사할 수 있는 법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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