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만든 대선후보…이재명 대안 없는 野, 우원식 존재감 부각
야권 대선주자로 이 대표 외 우원식 언급…계엄 이후 주가 올라
대선 출마 선 그었지만 폭넓은 정치 이미지 구축 위한 활동 진행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12·3 계엄 사태'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야권 내 차기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 외 야권 대선 후보로 처음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7%를 기록하며 1위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다. 비록 1%라는 낮은 수치였으나, 조사 방식이 응답자가 스스로 답한 인물을 기록해 집계하는 주관식이었다는 점에서 우 의장에 대한 일정한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사를 계기로 차기 주자로서의 우 의장이 처음 등장했다는 평가다.
특히 야권 내 이재명 대표를 제외하면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로 우 의장의 이름이 거론된 건 의미심장하다. 해당 조사에 포함된 진보 진영 주자는 이 대표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우 의장 등 세 명뿐이다. 이 중 조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이 확정됐기에 사실상 야권 대선주자는 이 대표와 우 의장 두 명이다.
우 의장이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당시 우 의장은 계엄 해제를 위해 긴급히 국회 담장을 넘는 모습이 공개되며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본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 해제안을 통과시키고, 윤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까지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정치권과 여론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계엄 사태 이후 우 의장은 적극적인 대외 활동보다는 민생경제를 돌보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중도 확장을 꾀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지난 20일에는 소상공인 대표들과 민생경제단체 비상간담회를 열었고, 한국은행을 찾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에게 계엄 이후 발생한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선제 대처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19일에는 진우 스님, 정서영 개신교 목사, 이용훈 천주교 주교, 나상호 원불교 교무, 최종수 성균관 관장 등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단을 만나기도 했다. 이같이 종교인과의 접촉도 이어가며 폭넓은 정치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우 의장은 차기 대권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19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우선 국회의장의 책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추후 야권의 대선 주자 상황에 따라서 입장을 바꿀 여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경우, 야권 내 대안으로서 우 의장의 역할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우 의장이 야권의 새로운 진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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