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놓고 밀당할 때인가…권성동·이재명 40년 전 선후배로 돌아가라 [기자의 눈]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올스톱' 됐던 국회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다시 가동되고 있다. 다만 여야는 그 동안 챙기지 못한 민생법안을 논의하기 보다 탄핵정국 수습을 두고 샅바 싸움을 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국정안정협의체'가 대표적이다. 여야 모두 탄핵 후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의 문제에 갇혀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민생 법안들이 멈췄다.
법정 이자율 초과시 계약 효력이 제한되는 대부업법 개정안과 예금 보호 한도를 높인 예금자보호법은 여야 합의로 정무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2·3 계엄 이후 논의가 멈췄고 아직 진전이 없다. 11만 명의 피해자와 파악된 피해액만 8000억 원이 넘는 '티메프 사태'는 지난 7월 발생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5개월째 국회를 표류하고 있다. 국내 주요 경제 단체들이 시급한 처리를 요청한 반도체 특별법도 감감 무소식이다.
여야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이들 법안은 지금 국회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다. 윤 대통령 탄핵 추진을 위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와 내란·김건희 특검법 같은 정치적 사안이 최우선이다. 지금 같은 여야 살얼음판 정국에선 연내 처리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지난 10월 여야 대표가 함께 출범한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체'부터 소식이 끊긴지 오래다.
탄핵이라는 대형 화재를 '국정안정협의체'가 끌 수 있을까.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민의힘에 협의체 참여를 제안하는 자리에서도 상대를 여당이 아니라 '제2당'이라며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탄핵 사태의 귀책이 있는 국민의힘이 그 즉시 "우리가 여전히 여당"이라며 협의체 참여를 거절했다.
이런 장면을 보면 과연 이들에게 국정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어쩌면 이들은 어떤 선거와 정책과 법안에 갖다붙여도 통용되는 '민생'이라는 마법의 단어를 트로피처럼 가지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같은 대학 출신의 여야 수장이 18일 첫 만남을 가졌다. 40여 년 전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고시반에서 함께 합격하기 위해 힘든 공부를 하며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줬던 두 청년이,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장년이 돼 국정의 주도권을 두고 서로 밀당하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이들에게 다시 40년 전으로 돌아가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해야 할까. 그러기에는 너무나 긴 세월이 흘렀다고 자조해야 할까. 낙관하기엔 그동안의 실망이 크고, 좌절하기엔 지금 우리의 현실이 너무 절실하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