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권 공방 교착 모드…한 대행 '버티면' 불가

국힘 "검사가 기소사건 판사 임명하나"…野 단독 인청특위 구성
헌재 6인 심리도 쉽지 않을 듯…국힘, 탄핵 시간끌기 전략 먹히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왔다. 탄핵 사건이 접수되면 헌법재판소는 180일 내에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들이 헌재를 바라보고 있다. 2024.12.1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서상혁 한병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맡을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여야의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띄워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임명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계속해서 거절하면 민주당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논란이 이어질수록 여권의 '시간 끌기' 작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인청특위)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장으로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임명 불가' 방침에 따라 불참했다.

국힘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판사 임명하나"·민주 "권한대행, 임명해야"

국민의힘은 현재 윤 대통령이 '궐위' 상태가 아닌 '직무정지' 상태라는 점에서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법원이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려다, 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탄핵 심판' 이후에 임명했다는 것이다.

사건 당사자가 판사를 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추천하는 행위는 마치 검사가 자신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판사를 임명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뉴스1에 "대법관이나 대통령 추천 몫은 헌법재판관이 임명할 수 없다면서, 국회 추천 몫만 임명하라는 건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추천 주체는 '국회'라는 점에서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따르면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3인, 대법원장이 3인, 국회가 3인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임명권'은 사실상 형식적 임명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학계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는 '소극적 현상 유지'"라며 "국회 몫의 후보는 대통령이 직접 고르는 게 아닌 만큼, 소극적 현상유지 업무로서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야당 압박에도 권한대행 임명 안 하면 방법 없어…한덕수 탄핵도 '부담'

더불어민주당이 인청특위를 단독으로 띄워 정부여당을 압박하더라도, 현재로선 한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으면 민주당도 별다른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후보에 대해 여야 각 1명·여야 합의 1명이 아니라 야당이 2명을 추천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반발하고 있어, 이를 거절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다. 주진우 의원은 "국회 추천에 대한 임명권 자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청특위 모 의원은 "사실 임명을 안 하면 방법은 없다"며 "헌법상 본인이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 만큼, 탄핵 대상이라고 주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더라도 '탄핵'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차진아 교수는 "임명을 거부할 경우 '위헌'이긴 하다"면서도 "탄핵은 일종의 '특별 징계 절차'인데, 임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중대한 법 위반으로 해석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추가 임명 없으면 '6인 재판' 불가피…'정당성' 부담에 결론 어려워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6인 재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인 체제에서 심리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 하지만 헌재가 7인 이상 심리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을 일시 정지해달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6인 심리도 가능해졌다.

그러나 '완전체'가 아닌 6인 체제에서 대통령 탄핵 심판 결론을 내는 데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두고도 '정당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의 효력을 모든 사건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어, 6인 심리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李, 공직선거법 위반 최종심 앞둔 국힘...'시간끌기' 청신호?

헌법재판관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여당의 '시간 끌기' 작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전에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최종심 선고가 나올 경우 다가올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6·3·3 원칙에 따라 최종심은 내년 5월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선고 전에 탄핵 심판을 마무리해 대선에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정치권의 '시간 끌기'를 두고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여야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두고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