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권' 아전인수…여야, 박근혜 탄핵때 한 말 자기부정

한덕수 헌법재판관 임명권…국힘 "없다" 민주 "있다" 설전
민주 "권한대행 임명 안돼" 권성동 "형식적 절차"와 엇갈려

우원식 국회의장,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1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탄핵 정국으로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전반이 위기에 처했다는 잇단 경고음에도 여야의 정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 심리라는 중대한 사안에서도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놓고 과거 본인들의 발언을 뒤집는 언행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두고 여당은 '권한 없다', 야당은 '권한 있다'로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3인, 대법원장 3인, 국회 3인 추천으로 모두 9인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회 추천 몫 3인이 임명되지 않아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몫 3인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이달 안에 이들의 임명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만큼 이들의 임명을 위한 국회 절차는 이달 중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여부다. 국회가 이들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이들이 임명되려면 한덕수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권이 없으며, 탄핵이 결정되면 대통령 '궐위'가 돼 그때야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국회가 절차를 거쳐 추천하는 인사에 대해 권한대행이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통령 파면이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9인 체제가 필수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과거 자신들의 발언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선애 후보자 임명 사례다.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에 대해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에 대해 국회 비준을 안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도 "권한대행은 장관 임명권도 없다는 것이 사수설"이라고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같은 야당의 비판 속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후 임명권을 행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권한대행(원내대표)은 당시 민주당 지도부 주장을 거론하며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민주당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권 권한대행 역시 과거 자신의 발언에 발목 잡힌 모습이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국회 탄핵소추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며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했다.

당시 권 권한대행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추진 중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역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형식적인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민주당은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이란 중차대한 사건을 앞두고 벌어지는 이같은 말싸움은 정치권은 물론 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공방이 시작된 만큼 한 권한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폭풍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이 정국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힐난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