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예상한 총선 참패→尹 "선거결과 신뢰 못해" 비상계엄
지지율 상승에 170석 기대→악재에도 130석 예상→100석+a 보고엔 격노설
예상 밖 참패에 '부정선거론' 관측도…채용비리 수사에 선관위 역공 의심
- 박기범 기자,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승리를 예측했던 윤 대통령이 여당이 참패하자 '부정선거론'에 빠져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담화에서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 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계엄 해제 발표와 7일 담화에서는 없던 내용이다.
여권 주요 인사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승리하거나 최소한 1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여권의 패배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에서도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총선 승리 가능성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시점,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갈 때는 여당의 170석 이상 승리를,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들 때도 150석, 총선 막바지에는 총선의 패배 위기 속에서도 최소 130석 이상은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고 한다.
실제 줄곧 30% 중반대에 갇혀 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총선을 2개월여 앞두고 40%를 넘겼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실시한 2월4주차(2월19~23일)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2.0%p)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41.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이후 3주 동안 40%대를 유지했다.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40%대 수복을 이룬 요인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도 고공행진이었다. 2월 22~23일 실시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43.5%로 39.5%의 민주당에 골든크로스를 이뤄냈고, 다음주(28~29일) 조사에서는 46.7%를 기록하며 39.1%를 기록한 민주당에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밖에서 앞섰다.
다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논란이 터지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민생 경제도 여권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여권에 총선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주요 언론은 물론 여론조사 업체에서도 여권의 참패를 예상하는 분석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최소 13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세를 분석한 것이다.
당시 보수 유튜버는 물론, 총선 결과를 잘 예측한다고 이름난 일부 정치 평론가들이 총선 직전까지 여권의 총선 승리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 내에서 총선 패배를 예측한 인사를 향해 "분위기 흐리지 말라"는 볼멘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100석+알파'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총선 대패를 예측하지 못했던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총선 참패 원인을 부정선거에서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자신의 대승을 예상하며, 0.8%포인트 차이의 승리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감사가 진행되자 선관위가 자신을 향해 보복에 나섰다는 인식을 가졌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선관위는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자기부정과 다름없다"고 반박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부정선거는) 시스템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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