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탄소중립 시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재원 마련과 배분 체계 개선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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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이제 환경 정책뿐만이 아닌 경제정책이자 산업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기존 산업·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로부터 재생에너지, 수소 등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기존에는 화석연료 등의 부존자원이 경제적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였다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 자원에서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즉, 탄소중립 시대에는 재생에너지 기술과 배터리 기술, 전기차, 수소,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 및 저장) 등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청정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기술 패권이 미래 경제의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이라는 큰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자국의 경제안보와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업에의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산업부문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서는 혁신기술 개발과 공정 전환에 따른 대규모 설비 투자 등이 필요함에 따라, 대규모 투자재원 확보가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국가별 상황에 따라 관련 재원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 IRA는 법안 내에 법인세 최저세율 15% 도입, 국세청(IRS) 징세 강화 등을 통해 총 7370억 달러 규모의 재원확보 방안을 포함하여 제정되었다. 이러한 대규모 재원을 기반으로 보조금 지급, 각종 세금 공제 등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정책 수단을 활용함으로써 미국 내 투자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EU는 공공 자금 조달 확대, REPowerEU, InvestEU 및 혁신기금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 ‘유럽 공통 중요프로젝트(IPCEI)’ 등을 통해 회원국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이러한 EU 차원의 프로젝트 자금 지원과 자체적인 기후 및 전환기금(KTF) 등을 활용하고 있으며, 자금 지원 프로그램 설계 원칙을 제시하고 기업별 세금 감면 및 대출 지원과 탄소차액계약(CCfD), 특별균등화프로그램(Special equalization scheme) 등을 통해 산업 지원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중립 전환을 위해 150조 엔 규모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그중 20조 엔 규모를 향후 10년간 GX경제이행채 발행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민간차원에서 투자 판단이 어려운 사업을 중심으로 선행적으로 초기 투자를 지원하여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기후대응기금이 신규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연간 2조 5000억 원 규모로 예산 규모가 작고, 기금의 주요 수입원인 배출권 판매 수입 변동성이 커 다른 기금으로부터 전입하여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회 예결위에서 기금 수입의 안정성 확보 필요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또한 기금 사업 구조가 산업부문 혁신과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탄소중립 이행에 일조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에 더해 재원 배분 체계도 미흡하여 예산 배분의 우선순위 기준이 부재하고, 현재 기후대응기금을 비롯한 탄소중립 관련 예산에서 산업부문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예산 할당은 미미한 수준이다. 탄소중립기본법 제24조에 따라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제도도 시행되고 있으나, 기후변화대응 관련 예산구조가 NDC 부문별 감축목표 비중과 관계없이 설계되는 등 탄소중립 전환과 관련된 재원 배분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2023년도 결산 기준, 국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규모는 11조 6000억 원이며 이중 감축관련 예산은 9조 7000억 원으로 이중 8조 8000억 원이 집행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2023년도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 기준 98개의 정량사업을 통해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량은 총 344만 톤이며, 이는 2023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잠정배출량 기준)의 약 0.5%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사업들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감축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은 국회미래연구원에서 전문가 FGI를 통해 도출한 국내 탄소중립 산업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우선순위 평가에서도 드러났다. 전문가들이 도출한 내용 및 구성 측면, 정책 수립 및 이행 체계 측면, 거버넌스 측면, 재원 측면의 11가지 문제점 중, 개선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점으로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재원확보 방안 부재’와 ‘탄소중립 관련 재원 배분 체계 미흡’이 꼽혔다. 현재 우리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원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먼저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탄소중립 기본계획예산, 기후대응기금 등 기존 재정투자 계획 간 연계성 제고 및 예산 항목 간 분류 체계를 개선하여 예산 투자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존 예산 지원사업들을 산업구조의 탄소중립 전환에의 효과성을 고려하여 재검토하고 조정함으로써 탄소중립 달성 기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또한, 예산 배분 시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배분이 될 수 있도록 예산 결정 체계를 개선하고, 탄소중립 관련 재원이 탈탄소화를 위한 혁신적 활동에 집중 지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존 재원의 효율적 배분 체계 구축과 함께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 중장기적인 대규모 재원 마련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한 경제 안보와 에너지 안보, 국가 안보 등 다중적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탄소중립 전환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과제이다. 이를 위해 과학적·경제적 근거와 체계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예산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산업부문의 위기 대응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 재원확보와 배분 전략을 통해 탈탄소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여 현재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