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 시비에 시달린 친한계…쇄신 숙제 남긴 채 '퇴장'
한동훈 지도부 5개월 만에 막 내려…분당 가능성 높지 않아
세력화 완수 전 쇄신 드라이브…정통성 의심 받은 소수파 한계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체제는 계파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정계 등판과 동시에 집권 여당 책임자로 당을 이끌었던 한 대표는 세력화의 한계에 부딪히며 보수 쇄신 과제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지 약 5개월 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당 지도부도 해체 수순을 밟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 이틀 전 선출한 친윤석열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을 이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기현 전 대표를 이어 총선 직전 위기의 국민의힘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투입됐다. '정치 신인' 꼬리표에도 불구 당을 진두지휘했지만 총선 결과는 패배로 끝났다.
총선 당시 한 전 대표가 영입했던 고동진·김건·김상욱·정성국·주진우·진종오·한지아 의원 등은 당 대표가 되어 돌아온 한 전 대표 아래 '친한동훈계'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한계 의원 대부분이 초선 의원들인 데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비례대표가 많아 추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한 전 대표에게 힘을 싣는 중진 의원 규모도 많지 않았다. 6선 조경태 의원과 3선 송석준 의원을 제외하면 친한계 대다수가 초·재선 그룹으로 분류됐다. 당내 친한계는 전체 108명의 의원 중 20여명으로 파악된다. 당의 주요 의사 결정 시 우선 협의 순위인 4선 이상 의원들 대부분은 이번 계엄 사태에도 윤 대통령 탄핵만은 저지해야한다고 맞서 친한계 의원들과는 선명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진보 정당에서는 운동권 또는 시민 사회 단체 아래 세력이 결집하는 반면 보수 정당은 거물급 인사를 중심으로 세가 모이는 기류가 뚜렷하다. 한 전 대표가 친윤계 핵심 세력으로 부상할 당시부터 대권잠룡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여권 내부 입지와 정치적 숙련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윤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처음부터 굴러들어온 돌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냐"며 "당의 역사와 뿌리가 어디인지 이해하려 했다면 당 쇄신 속도와 방향도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다수 의원들이 한 전 대표의 정치 경력만큼이나 부족하다고 평가한 영역은 '정통성'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져 온 정통 보수 세력 시선에서 보면 윤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한 전 대표의 태도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보수와 개혁 사이에 섰던 한 전 대표는 친윤·친한계의 분열을 남긴 채 결국 퇴장하게 됐다.
향후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처럼 분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새누리당은 친박(박근혜)·비박계 사이 내전을 치렀고 비박계 의원 29명이 동반 탈당해 보수신당을 창당했다.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이미 한번 분당 사태를 경험한 우리 당에서 창당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며 "분열한 당을 하나로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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