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한덕수와 '기묘한 동거'…'거부권' 선 넘으면 총리도 탄핵
韓 '농업4법'에 거부권 행사할까…민주 "내란 수사 대상임을 유념해야"
민주, 탄핵 유보 '국정협의체' 추진…'특검' 거부하면 탄핵 나설 듯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16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기묘한 동거'를 이어 나가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유보하고 '국정안정협의체'를 함께 추진하겠다면서도 국회를 통과한 각종 특검법과 쟁점 법안들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산물가격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법안에 대한 거부권 시한은 21일까지다.
한 권한대행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농업 4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국회법 개정안과 농업 4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국정 안정을 이유로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일단' 멈춘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즉각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할 경우에는 즉각 탄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있겠냐고 하는 부분이 있다"며 "김건희 특검법을 통해서 반드시 이 잘못된 부분을 밝히라고 하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지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본인의 권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내란 방조의 법적, 정치적 책임이 있고, 내란 옹호 정당 국민의힘과 함께 국정을 안정시켜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권한대행 총리에게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 등 능동적 권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주철현 최고위원도 "한 권한대행은 이번 내란 범죄 수사 대상이지만 조속한 정국 안정을 위해 국회와 국민이 불가피하게 권한 대행으로 임명한 것임을 유념해야 한다"며 "농업 4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 농업과 농민의 생명권을 짓밟는 일이 권한대행의 첫 행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당초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물어 한 권한대행 등 국무위원의 탄핵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지난 9일 한 권한대행을 내란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기류가 바뀌었다. 내각에 큰 공백이 생긴 만큼 한 권한대행 등 국무위원들이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내란 사태에 대한 책임 등을 물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면서도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일단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권한대행에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이 대표는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 관리가 주 업무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농업 4법 등 정책 법안에는 국익을 판단해 거부권을 행사하고, 지난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거란 추측이 제기된다. 내란 특검의 경우 피의자로 고발된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부담스럽고 김건희 특검법의 경우에도 이미 윤 대통령이 3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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