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직무정지' 둘째날, 이재명 잰걸음…국힘 후폭풍 갇혀(종합)
李,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추경 편성 주장 '민생' 챙기기
국힘 "민주 여당된 듯…옳지 않다"…한동훈 내일 거취표명
- 이비슬 기자, 박기호 기자, 박기범 기자,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박기호 박기범 김지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하는 등 민생 챙기기에 나서며 수권 행보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 책임을 두고 혼란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대표는 오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15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국정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내수 부족, 정부 재정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 침체"라며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주문했다. 또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지휘관 덕분에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며 계엄에 적극 가담하지 않은 하급 지휘관·병사에 대한 포상도 주장했다.
이 대표가 탄핵안이 가결된 지 하루 만에 국정 안정과 민생회복을 위한 추경 편성 등에 나선 것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수권 능력을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내년 상반기 안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 대표의 제안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도움 없이 정국 안정이 힘든 만큼 야당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현 상황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운영을 제 긴 공직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국회와 정부가 국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조속히 가동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민주적인 국정 운영이 될 수 있게 한 권한대행도 각별히 힘을 모으자고 해주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두 사람은 향후 국정협의체를 통해 주요 국정 현안의 세부 의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의 협의체 참여 촉구와 한 권한대행의 쟁점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속도전에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헌법 규정에 의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 내부에서는 탄핵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지도 체제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사의를 표명해 '한동훈 체제'는 붕괴를 앞두고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4명만 사퇴해도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5명이 사퇴했고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어서 한 대표께서 깊이 숙고하고 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당대표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당헌·당규 해석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당 대표의 거취를 보고 규정 해석을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는 최고위원 사퇴에도 비대위원장 임명권은 한 대표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탄핵도 하지 말자면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긴가"라며 친윤계의 비판에 반발했다.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를 의결하며 한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용병 불가론'(나경원) '민주당 세작'(홍준표) '몰염치·찌질함'(김태흠) 등 한 대표를 향한 극단적 표현도 쏟아졌다.
한 대표는 조만간 자신의 거취에 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초 한 대표가 이날 오후 4시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오는 16일 오전으로 일정이 확정 공지됐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일정에 대해 "일단 (사퇴로) 결론이 다 났는데 조금 (퇴진 과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기자회견을 계획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 대표 기자회견 내용에 관해서는 권 원내대표와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 대표가 사의를 표하면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오후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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