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이어 계엄사태 강타…여권 잠룡 대권가도 붕괴 직전

이재명 37%·한동훈 7%, 30%p 격차…홍준표·안철수·오세훈 합해도 패배
민주 지지율 45% 국힘 21% '더블'…내후년 지방선거 대형 악재 불가피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는 차기 잠룡들의 대권 가도에도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위 굳히기에 돌입한 가운데 보수 진영은 뚜렷한 주자를 부각하지 못한 채 대혼란에 빠졌다.

12일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37%가 이재명 대표라고 응답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7%로 2위로 집계돼 이 대표와 30%포인트(p)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뒤이어 △조국(6%) △홍준표(5%) △오세훈(4%) △안철수(4%) △김동연(3%) △원희룡(2%) △이준석(2%) △유승민(1%) △김경수(1%) 순서로 차기 대권 주자 적합도가 높게 나타났다.

순위권에 오른 여야 총 11명의 주요 대권 주자 중 이재명·조국·김경수·김동연 4인을 제외한 한동훈·홍준표·오세훈·안철수·원희룡·이준석·유승민 7인이 보수 진영 차기 잠룡으로 파악된다.

보수 진영 후보 수가 진보 진영 대비 두 배 가까이 많지만, 보수 진영 주자들의 지지율 전체를 합산하더라도 이 대표 한 명의 지지율(37%)을 넘지 못하는 상태다.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가운데 조기 대선 가능성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여당에서 7명이 탄핵 찬성 표결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탄핵 저지 마지노선인 '8명'까지는 단 한 명만이 남았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보수 진영은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참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윤 대통령 탄핵이 추진될 경우 2026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대형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당초 여권에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하는 10~11월 정세 반전의 기회가 시작될 것이란 낙관론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달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대법원 확정판결 시 10년간 피선거권 박탈 가능성이 열리자 한 대표 지지율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9월 시작된 명태균 리스크가 윤 대통령 지지율 발목을 잡았고, 사태가 오세훈·원희룡 등 주요 인물로까지 점차 확산하면서 국민의힘에 악재가 겹치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명태균 씨에 대한 고소전을 시작하며 대권 주자로서 부각 시점과 의도, 내용 모두 의도하지 않은 수순을 밟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계엄 사태가 정국 시계를 완전히 뒤흔들어놓았다"며 "준비도 절차도 없이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내부 전투를 치르느라 이재명 대표 견제 시기를 다 놓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관련 입장 발표를 하던 도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24.12.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동훈 대표는 당정 갈등, 당내 계파 갈등 수습 과정과 민생 정책 성과를 입증할 기회를 잃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지난 총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한 민주당과의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지지율은 모든 연령대에서 다른 후보들의 지지율을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의 46%, 50대의 50%가 이 대표를 향한 높은 지지도를 보였다. 반면 한 대표는 70세 이상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12%)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도 대부분 권역에서 이 대표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 대표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40%가 넘는 지지도를 얻었다.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에서는 16%가 한 대표를, 14%가 이 대표를 지지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지지율은 45%, 국민의힘 지지율은 21%로 집계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도 격차는 24%p에 달했다.

다만 응답자 중 22%는 '차기 대권주자로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수습 과정에 따라 보수 지지층의 표심이 결집할 여지도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번호 RDD 방식으로 피조사자를 선정해 전화면접조사로 실시했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