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탄핵 찬성 선회…권성동 체제 출범, 여권 분열 '가속도'
대표 사퇴·'배신자' 프레임에도 尹 탄핵 찬성
尹 향해 "약속 어겼다" "내란 자백" 날선 비판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 탄핵 찬성 선언과 친윤(친윤석열)계인 권성동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로 당 내분이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오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기점으로 여권은 분열의 기로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12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그동안 당론인 '탄핵 반대'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주장한 '질서 있는 퇴진'을 윤 대통령이 거절하자 탄핵 찬성으로 선회했다.
민심에 부합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 탄핵 가결 시 자신을 향할 책임론도 부담이다. 보수 지지층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는 탄핵을 찬성하며 "임기 등 문제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의 내용"이라며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민주주의 관점에서도 용납하지 못할 만한 담화"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담화에 대한 비판은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있었다. 이에 현장에 있던 친윤계 의원들은 고성으로 반발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이철규·강명규·임종득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라"고 설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탄핵 찬성으로 정치적 승부수를 띄었다는 평가다. 탄핵 가결 시 당 지도부, 특히 자신을 향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 대표에서 사퇴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장동혁 최고위원은 탄핵 가결 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친윤계 김민전, 김재원, 인요한 최고위원의 사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들 4명이 모두 최고위원에서 사퇴할 경우 한동훈 체제는 붕괴하고 지도부는 비대위체제로 전환된다.
원외 인사인 한 대표의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날 경우 중앙정치에서 멀어지고 차기 대선 준비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탄핵에 찬성한 이유는 민심이 꼽힌다. 뉴스1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8%로, 반대(20%)를 크게 앞선다.
여권 내 탄핵에 대한 기류가 바뀌는 점도 한 대표가 탄핵을 선택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현재 당내 탄핵 찬성 의원은 7명으로, 1명의 이탈표만 더해지면 탄핵안은 가결된다. 당 대표인 한 대표가 탄핵을 찬성한 만큼 가결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당내 친윤계 압박은 한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날 오전 원내대표 경선 결과, 한 대표의 부정적 의견에도 친윤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며 친윤계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여권 일각에선 친윤계가 한 대표 체제 붕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선이 있다. 이날 한 대표와 친윤계 인사들의 설전은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배신자 프레임'도 경계해야 한다. 뉴스1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탄핵 반대는 56%로, 찬성(43%)보다 높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유승민 전 의원은 배신자 프레임을 갇힌 후 보수정당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한 대표를 향해 "나 살자고 대통령을 먼저 던지는 것은 배신의 정치"라고 '배신자'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 조사는 무선전화번호 RDD 방식으로 피조사자를 선정,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응답률은 14.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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