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없는 여당'…지도부 '혼란' 속 정국수습책 '길 잃어'
비상 계엄 선포 당일부터 삐걱…'질서 있는 퇴진'에도 반발
친한계 내부도 탄핵 입장 갈려…'탄핵·하야·특검' 이견 속출
-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탄핵 정국이 정치권을 강타하며 국민의힘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당내에서 탄핵 정국 극복 방안에 대한 이견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당내 리더십의 한 축이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과 관련 정국·국정 안정과 법령 지원을 위한 당내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이양수 의원이 위원장을 맡으며 정희용·김소희·박수민·서지영·안상훈 의원이 참여한다.
또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출 작업에도 돌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경호 원내대표로부터 사임 의사를 재확인한 후 작업에 진행한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12일 정도 원내대표 선출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추 원내대표까지 사임한 상황에서 당내 원톱인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당일부터 '원외 대표'의 한계와 당내 세력이 크지 않아 결론 도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비상 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 3일 의원총회 장소를 두고 추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와 엇박자를 내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여당 의원 대부분이 불참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 야 6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반대' 당론을 모으는 데에도 추 원내대표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모습이다.
이에 한 대표는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 담화문을 통해 윤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이끌며 당정이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선 견제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한 대표와 한 총리의 담화문과 관련해 당내 비판이 의총에서 나오고 있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대통령이 당 대표 한 분에게 국정 안정화 방안을 위임한 것은 아니다. 의총 등 여러 기구를 통해 의사 수렴을 해야 한다고 중진들이 제기했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주말로 다가올 2차 탄핵 소추안 투표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있다. 심지어 친한(친한동훈)계 내부에서도 탄핵 투표와 관련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탄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대신 하야에 찬성했다. 반면 또 다른 친한계 김예지 의원은 지난 8일 BBC 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지난 1차 탄핵 투표 때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그런대도 한 대표는 이날 종일 침묵을 유지한 채 구체적인 퇴진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정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기한(12월 10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추 원내대표의 사임 의사로 원내지도부 공백이 길어지며 협상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내년도 감액 예산안에서 7000억 원을 추가로 삭감, 총 4조 8000억 원을 감액한다는 방침을 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 대표는 전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감액 예산안을 그대로 확정하는 것을 '협박수단'으로 쓴다는 건, 민주당이 감액한 예산안이 잘못이라고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적으며 비판했지만 원내지도부의 부재 속에서 민주당의 예산 강행을 막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저의 원내대표 사퇴 의사는 확고하다"며 "새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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