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승부수 던진 한동훈…'배신자 프레임' 깨기 '과제'
계엄 당시 체포조 투입 첩보 입수…"조속한 직무정지 필요" 선회
'국민 눈높이' 결단 평가…진영 논리 벗어나 정치역량 '시험대'
- 송상현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선봉에 서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계엄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를 발견하자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며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정치역량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보수 정치인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진영의 변방으로 밀려난 사례를 볼 때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기도 하다.
6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조속한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것을 넘어 조속한 실행까지 언급한 것이다.
한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꾼 데는 방첩사령부,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동원해 자신을 비롯한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체포하려 했다는 첩보가 결정적이었다. 사회 혼란을 야기한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불법적 요소를 발견했고 재발 가능성까지 예상되자 탄핵에 앞장서는 극적인 태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를 지시했던 사실,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정치인을 과천 모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고도 했다.
최고위에서 탄핵 찬성을 공식화한 한 대표는 중진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후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했다. 그동안 한 대표의 독대 요구 등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한 대표로서는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명을 듣고 수습책을 마련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한 대표는 끝내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힐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여론이 최악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표는 그간 원칙으로 제시해 온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그간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해 온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아닌 탄핵 반대를 유지했다면 변화와 쇄신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탈표가 8표 미만으로 나와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승부수로 평가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 탄핵이 부결된다면 한 대표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감내하고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민주당과 이대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보수가 궤멸의 길을 걷는다면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설득해 탄핵이 가결되는 데 앞장섰으나 이후 배신자론에 발목이 잡힌 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이날 '탄핵'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직무정지'라고 에둘러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탄핵이 된 후 국민의힘이 더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면 그 화살은 한 대표로 향하게 되는 만큼 모험이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탄핵이 보수의 멸망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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