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 승부수 던진 한동훈…'배신자 프레임' 깨기 '과제'

계엄 당시 체포조 투입 첩보 입수…"조속한 직무정지 필요" 선회
'국민 눈높이' 결단 평가…진영 논리 벗어나 정치역량 '시험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방향을 정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잠시 나와 권선동 의원과 대화를 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선봉에 서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계엄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를 발견하자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에 부응하며 진영논리를 뛰어넘은 정치역량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보수 정치인들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진영의 변방으로 밀려난 사례를 볼 때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기도 하다.

6일 여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다"며 "조속한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것을 넘어 조속한 실행까지 언급한 것이다.

한 대표는 전날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입장을 완전히 바꾼 데는 방첩사령부,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을 동원해 자신을 비롯한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체포하려 했다는 첩보가 결정적이었다. 사회 혼란을 야기한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불법적 요소를 발견했고 재발 가능성까지 예상되자 탄핵에 앞장서는 극적인 태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고교 후배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를 지시했던 사실,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첩사령관이 체포한 정치인을 과천 모 수감 장소에 수감하려 했다는 사실도 파악했다고도 했다.

최고위에서 탄핵 찬성을 공식화한 한 대표는 중진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후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했다. 그동안 한 대표의 독대 요구 등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 대표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한 대표로서는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명을 듣고 수습책을 마련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한 대표는 끝내 윤 대통령에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회동 직후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힐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관한 여론이 최악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대표는 그간 원칙으로 제시해 온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그간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해 온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아닌 탄핵 반대를 유지했다면 변화와 쇄신을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탈표가 8표 미만으로 나와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승부수로 평가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 탄핵이 부결된다면 한 대표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감내하고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 이후 민주당과 이대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하고 보수가 궤멸의 길을 걷는다면 '배신자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설득해 탄핵이 가결되는 데 앞장섰으나 이후 배신자론에 발목이 잡힌 유승민 전 의원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표가 이날 '탄핵'이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직무정지'라고 에둘러 말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탄핵이 된 후 국민의힘이 더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면 그 화살은 한 대표로 향하게 되는 만큼 모험이 될 수 있다"며 "윤 대통령 탄핵이 보수의 멸망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songs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