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탄핵 선회' 요동친 국회…쪼개진 국힘, 더 뭉친 야권

(서울=뉴스1) 이비슬 박소은 신윤하 박기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이 6일 국회를 뒤흔들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자 찬반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 균열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탄핵 속도전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사실상 찬성하는 입장으로 급선회한 발언은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예정되지 않은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저는 어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이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발언 이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곧바로 국회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 관련 특별성명 발표'를 했다.

이 대표는 한 대표 발언에 "걱정되는 것은 과연 국민의힘의 당대표로서 하신 말씀인지 원외 개별 인사 입장에서 한 말씀인지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한 대표가) 직무집행정지에 동의한다고 말씀하셨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12월 3일 계엄 선포는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권력을 유지 또는 확장을 위해 벌인 반란"이라며 "이는 내란 행위이자 친위 쿠데타"라고 했다. 또 "내란 범죄는 불소추 특권의 예외사항인 만큼 필요 범위 내에서 수사, 체포, 구금, 기소, 처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대표 발언 뒤 당 중진 의원들과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은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해선 안 된다"며 한 대표가 주장한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정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다. 이 가운데 조경태·안철수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다는 공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중진 회의를 소집한 시점 야당 측에서는 오는 7일로 예정됐던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날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우원식 의장을 찾아 신속한 법적 절차 이행을 촉구했다. 다만 이날 오후까지 여야의 본회의 일정 조율은 없는 상태다.

이날 정오쯤 국회를 떠난 한 대표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임기단축 개헌에 대해 언급했으며 한 대표가 이를 거절하는 취지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일 한 대표를 비롯해 우원식, 이재명 등 주요 정치인을 지목해 '잡아들여 싹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이같은 주장은 한 대표의 오전 발언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조태용 국정원장의 "그런 지시가 없었다"는 반박에도 여론은 더 악화됐다.

자신을 향한 반발이 커지자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오후 2시 국회 본관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개헌 및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 등 입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야당은 윤 대통령 국회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의원과 보좌진을 중심으로 비상행동에 돌입하며 '국회 사수'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본관을 막아서며 '윤석열을 탄핵하라!', '내란범 윤석열 즉각 탄핵' 등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관에서 열리는 의원총회 전 당 소속 국회의원과 보좌진에게 전원 국회 경내 대기 지침을 내리면서, 본관에는 여야 관계자 등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도 참석한 가운데 이날 오후 5시 기준 현재까지 의원총회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곧이어 "대통령께서는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으시다"고 설명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이 본관에 집결한 시점 우원식 의장은 국회 접견실에서 긴급담화를 발표했다.

우 의장은 "대한민국은 국민이 지켜온 나라"라며 "대통령의 계엄선포는 이 역사를 부정한 것이고 국민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고 용납되지 않는다"며 "국회의장은 국민을 믿고 반드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각오로 현 상황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이날 늦은 오후 경내 잔디광장과 지난 3일 밤 계엄군 헬기가 착륙했던 국회 운동장에는 대형 버스가 배치됐다. 윤 대통령의 2차 계엄령 선포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전해졌다.

b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