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법 개정' 신중한 민주…상임위별 심사와 공청회부터
"특별법 개정 선행돼야"…'국정원 권한 과도' 당내 우려도
국힘, 결단 촉구…한동훈 "민노총·민변 진영 눈치 보는 것"
- 김경민 기자, 임세원 기자
(서울=뉴스1) 김경민 임세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형법상 간첩죄와 관련 있는 특별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형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곧바로 상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각 상임위별로 군사기밀보호법·산업기술보호법·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을 심사하고, 형법상 간첩죄 관련 공청회도 검토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 또는 군사상 기밀을 누설할 경우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상 적국은 북한뿐이라, 현행법으론 북한이 아닌 중국 등으로 민감한 산업 정보나 국가 기밀을 빼돌려도 처벌할 수 없다.
국제 정세가 복잡해지자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형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형법 개정과 함께 간첩죄 관련 특별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본다. 형법이 개정되더라도 특별법에서 정한 양형 기준 등과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일례로 외국을 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행위가 발생했을 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는 징역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형법상 간첩죄(3년 이상 유기징역)에 따른 처벌보다 경한 형벌로 처벌받게 된다.
이에 대해 법사위 야당 간사 김승원 의원은 통화에서 "형법상 간첩죄를 통과시켜도 군사 기밀이나 산업 기밀은 특별법에 의해서 적용 받으니 같이 체계를 갖춘 다음에 효력이 발생하도록 (여당과) 논의가 다 되어 있었다"며 "(여당의) 프레임 조작"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법 개정으로 인해 국정원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질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한 민주당 법사위원은 뉴스1에 "군사 기밀, 국가 기밀, 산업 기밀의 범위가 애매하다. 어디까지가 기밀이냐"며 "남용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외국으로 확대하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악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내부에서 있어서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산업스파이 막는 간첩법 가지고 국민을 약 올리고 있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이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선 "(민주당은) 민노총, 민변과 같은 진영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르자는 이야기"라며 "산업 스파이를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m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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