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감액안대로' vs '추가 협의 의장 중재'…예산안 오늘 분수령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여야가 '감액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벼랑 끝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특별결산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 없이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데 이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 상정을 강행할 태세이다.

감액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지 않는 한 감액 예산안으로 국가 살림을 운영해야 하는 초유의 혼란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본회의 직전까지 여야 중재에 노력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677조 원 규모에서 4조 1000억 원이 감액된 예산안을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달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삭감 내용만 담긴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예결위에서 여야 합의 없이 감액만 담긴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본회의를 앞두고 여야는 팽팽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 때문에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이라도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날치기 예산 처리'를 사과하고,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감액안도 감수하겠다고 강수를 둔 만큼 감액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와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통해 수정된 예산안을 올리는 경우로 2가지 경우의 수로 나눌 수 있다.

여야 합의 없이 지난달 29일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향후 정부는 추경을 통해 부족한 예산을 땜질식으로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오전 뉴스1과 통화에서 "솔직히 그동안 여야가 다 합의돼서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이런 선례는 없었다"면서도 "원칙적으로 보면 오늘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향후 수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감액안 통과 후 예산안 수정 가능성과 관련해선 "나중에 추경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액안 보다 증액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의장께서 본회의에 수정안을 내는 식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와 합의할 경우 예산안 부의를 미룰 수 있는 만큼 예산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여당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우 의장이 내년도 예산안을 이날 본회의에 곧바로 상정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관측이 야당에서도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마감일인 오는 10일까지 아마 여야 간 협상을 요구하면서 상황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 그리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우 의장이 예산안 국면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어 우 의장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도 만나 예산안 관련 중재를 시도했다.

당초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박 원내대표와 추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예산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끝내 무산됐다.

choh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