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과 거부권의 충돌…"민생에 비극이고 정치의 몰락"
[저성장 위기 속 정치 실종]② 국회 상임위마저 정쟁의 장으로 전락
"대화와 타협 정치 복원해야" "민생과 예산마저 정치 무기화돼"
- 한병찬 기자
(서울=뉴스1) 한병찬 기자 = 경제성장률이 내년 1%대에 머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왔지만 정치권은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생을 뒷전으로 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일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는 야당의 입법권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서로의 발목을 잡으며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면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 사이 첨단산업을 뒷받침할 '반도체특별법'과 여야 모두 민생법안으로 지정한 '전력망확충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등의 본회의 통과는 요원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정쟁을 멈추고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적 양극화 심화로 여야가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논의를 아예 못 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을 안 하고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정쟁용 이슈만 부각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 2년 반이 됐지만 여야에 남은 건 탄핵과 사법 리스크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인의 모든 관심은 대통령 선거다. 여야의 관심은 상대 당이 정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것밖에 없다"며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이다. 민생에 비극이고 정치의 몰락이다"고 꼬집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권은 국회를 권력 찬탈의 장으로 생각하고 있다. 민생과 예산 모두 정치의 무기화가 됐다"며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민주당은 정부를 무력화해서 조기 대선 하는 것밖에 관심이 없다. 탈출구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 상임위원회마저 권력 투쟁의 장으로 전락하며 민생·경제 법안 심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실정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여야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장범 KBS 사장을 두고 충돌하며 대표적 민생 법안으로 꼽히는 '인공지능(AI) 기본법'과 '단통법 폐지안'은 처리가 늦어지기도 했다.
채 교수는 "상임위원회는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숙의 기관인데 '당론'에 가로막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론에만 따르라고 강조하고 당론을 따르지 않으면 징계와 컷오프로 대응한다"며 "상임위원회에서 초당적 숙의를 통해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상임위에서도 상대 당이 잘 되는 것을 눈 뜨고 못 보는 상황"이라며 "이견이 적은 법안은 조정해서 도와주지만 정당의 이슈와 정체성과 관련된 법안은 합의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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