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집회란 연극 무대에 오른 민주 [기자의눈]
-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거리의 정치는 드라마틱하다. 휘날리는 깃발, 격정에 찬 연설, 비장한 메시지에 호응하는 참가자들의 함성, 더불어민주당이 매주 이어가는 장외집회도 처음엔 그런 치열하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했을 것이다.
장외집회는 야당이 가진 대정부 투쟁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과 소통을 극대화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사회 전반의 의제로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장외집회를 두고 상대 당에서 정치 선동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장외집회는 훌륭한 투쟁의 도구지만, 도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의 집회는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듯하다.
민주당은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으로서 헌정사 초유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을 추진중이다. 정부 예산안마저 단독으로 처리하며 다수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여의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는 정당인데 장외에서 '우리가 이렇게 정부와 싸우고 있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또 대다수의 국민이 이를 명분있는 행동이라고 여겨줄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의 장외집회가 시민과 호흡하는 수단이라기 보단 내부용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권 비판을 통해 지지층을 단단히 묶어두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결속이 '우리끼리 결속'에 그친다면 처음엔 순수했을지 모를 장외집회 목적마저도 오염시킨다.
반복되는 구호도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 "김건희 특검 촉구", "국정농단" 등의 외침은 처음엔 강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부해지는 이유는 구체적 실천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안과 정치에 대한 냉소가 팽배한 시대에 '우리가 바꾸겠다'는 다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민주당은 '바꾸겠다'는 의지보다 '왜,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지난 25일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판결로 사법적 공방에서는 한숨 돌릴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그 판결이 민주당에 준 것은 '시간'이지 '신뢰'가 아니다. 한두 번의 법적 승리로는 집회의 정당성과 정치적 신뢰를 대체하지 못한다.
장외집회는 단지 다음 선거 승리와 정권 심판의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기 위한 무대가 아니다. 국민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다수당인 민주당이 왜 장외에서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정치란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오래된 연극이다. 민주당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껏 장외집회를 하며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놓쳤는가. 그들의 무대는 국민의 삶에 어떤 변화를 약속하고 있는가. 민주당은 지금 관객이 떠나기 전 이 무대의 다음 장면을 준비해야 한다. 대사는 이미 끝났고 대중은 그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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