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게시판 논란…참을 수 없는 집권여당의 가벼움 [기자의 눈]

이재명 사법리스크 반사이익도 스스로 거부하는 모양새
민생 집중하겠다며 '윤 부부' 비방글 논쟁에 허송세월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통일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4.11.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시끄럽던 국민의힘이 급기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 충돌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 간에 고성도 오가며 봉숭아 학당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심지어 이들이 집안싸움에 몰두한 지난 25일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1심 선고 당일이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 후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는 것'과 '기대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누리긴커녕, 당원 게시판 논란을 두고 민주당으로부터 "못났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어이없는 논란 때문에 국민의힘은 제1야당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라는 큰 호재에도 불구하고 반사이익에 기대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할 집권 여당이 '당대표 가족이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썼냐'는 논란 때문에 몇 주를 허송세월하고 들썩이는 것 자체가 한심한 일이다. 여당은 민생 현안을 챙기고 국민의 삶을 개선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먹고 사는 게 힘든 국민들은 정치인들이 당 헤게모니를 쥐겠다고 알력 다툼하는 이 논란에 관심을 줄 여력도 없다.

친윤계는 몇주 째 당원 게시판 논란에 전력을 쏟고 있다. 민생보다 당내 분열의 틈을 노리는 것 자체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공인인 정치 지도자에 대해 당원이 의견을 표출한 것으로도 색출해야 한다며 무리한 주장을 펼친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정당답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지리한 논란이더라도 빠르게 불식시키고 집권여당이 할 일을 하는 게 당대표의 리더십이란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대통령실을 향해 변화와 쇄신을 촉구하던 한동훈 대표는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비방글을 썼냐'는 친윤계의 질문에 애매한 답변만 내놓고 사태를 뭉개고 있다. 사실관계를 밝히고 필요하다면 사과하면 될 일에 회피성 답변만 내놓는 건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한 대표가 자주 하는 말마따나 "겨울이 오고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의료대란은 국민이 처한 현실이다. 민생 앞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낱 작은 문제다. 그리고 그 작은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진 집권여당은 참을 수 없이 가볍다.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