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이재명에 적용 가능…尹 거부권 뻔해 '여론전' 노림수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을 위한 군불을 때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시점이어서 '이재명 방탄' 지적이 끊이지 않지만 물밑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튿날엔 당선무효의 기준이 되는 선거범죄 벌금형의 기준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냈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과 맞물려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재명 대표를 구하겠다는 아부성 법안"이라면서 "이 대표가 선고받는 징역형 집행유예는 면소 판결로 사라지게 된다. 그게 이 법의 목적"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두 법안 모두 우연히 이 대표 재판 시기와 겹쳤을 뿐, 이 대표를 위한 입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거법이 불합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많이 제출됐고 22대 국회에서도 제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선거법 관련 기소나 수사들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부칙에도 해당 법 시행 이전 허위사실공표죄 사건은 종전 규정을 따른다는 점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은 계속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가 잘못된 조항이라는 여론이 확대되면 2심 재판부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 형법 제1조 2항은 범죄 후 법률이 변경돼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않게 된 경우 새로운 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부칙이 있더라도 재판부 유무죄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법 개정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여론전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띄우고 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선거법이 너무 애매해 국회의원 300명 거의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승전 '이재명 방탄'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선거법 개정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 내에서도 지금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시점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설훈 전 의원은 "이 시점에 이런(공직선거법 개정) 얘기를 하게 되면 '이재명 구하기구나', '방탄이구나' 이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