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아내 선고 앞두고 "혜경아 사랑한다…죽고 싶을 만큼 미안"

김혜경씨, 오늘 '선거법위반' 1심 선고…"법인카드 구경조차 못해"
"동네건달도 가족 건들지 않는데…아내 보면 가슴 조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둔 배우자 김혜경씨에게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는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표는 "가난한 청년 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을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는 "(아내는)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며 "남편 일 도와주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 했다"고 김씨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2022년 대선에서 패한 뒤 김 씨가 정치 보복의 대상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 동안 백 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 수사가 계속됐다"며 "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 표적에 추가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떨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 제물이 됐다"며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 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고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 대표는 "안 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며 "재판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면서도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990년 8월 9일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게. 우리 힘내자"고 김 씨에게 미안함을 표시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김 씨는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임하면서 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 서울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수행원 등에게 10만 4000원 상당의 식사를 법인카드로 제공(기부행위)한 혐의를 받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