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정 갈등에 의사고시 '낭인' 양산…정부, 실행 과정서 잘못"[팩트앤뷰]
"의료 시스템, 이미 붕괴 시작…매년 3000명씩 배출하던 의사들 배출 안 돼"
"전공의·의대생 돌아오게 해야…의대 증원 숫자부터 던진 게 패착"
- 박소은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을 두고 14일 "한마디로 실행 과정에서 잘못된 정책"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뉴스1 유튜브 '팩트앤뷰'에 출연해 "정부가 처음부터 2000이라는 숫자를 던진 게 잘못이다. 정책을 하려면 순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현재 필수 의료 의사가 부족하고, 지방 의료가 굉장히 후진적이다. 또 환자를 진료하진 않지만 연구를 통해 약을 개발하고 백신을 만드는 의사 과학자를 길러야 한다"며 "이 문제를 짚고 나서 '우리나라 의료 수준을 높이려면 국가가 투자를 해야 한다', '의료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하면 누가 반대하겠나. 그리고 나서 구체적인 숫자는 가장 마지막에 던지는 게 정책의 ABC,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아무런 준비 없이 의대 증원 숫자만 던졌다. 이런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며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해서 '5세 입학'라는 숫자를 던졌다. 역풍 때문에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연구개발비도 문제라고 하면서 구조개혁이 아닌 (연구비를) 삭감한다며 숫자부터 던졌다. 늘 거꾸로 하기 때문에 여러 정책들이 연속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가 해답을 찾지 못하면 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이미 붕괴는 시작됐다"며 "올 한 해 동안 본과 4학년들이 수업을 못 받았다. 내년에 의사 고시를 못 보게 돼서 매년 3000명씩 배출하던 의사들이 배출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3000명이) 인턴으로 가고 공보의로 가고 군의관으로 가는데 그 사람들이 한 명도 없는 것"이라며 "군의관이 한 해 동안 안 나오면 군의관 숫자가 3분의 2로 줄어든다. 각 부대마다 최소 군의관이 한명씩은 있었다가 줄어들면 한 군의관이 두 부대를 맡아야 한다. 동시에 사고가 나면 한 명은 돌아가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심각한 건 유급한 학생들이다. 본과 예과 1학년들이 지금 3000명 유급한다. 의대 수업의 정석은 8명 정도가 한 조를 짜서 환자 옆에서 직접 상처를 보면서 실습을 해야 제대로 된 의사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지방 의대에서는 벌써 20명이 한 조가 된 학교도 있다고 한다. 그럼 보통 10명 정도는 그래도 (환자) 가까이서 보는데 나머지 10명은 멀리서 본다. 그 학생들이 자조적으로 (우리는) '관광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 학생들은 주로 의사 고시에서 떨어진다"고 했다.
안 의원은 "두려운 게 있다. 이번에 7500명이 수업을 6년간 이렇게 받으면 절반 정도가 의사 고시에서 탈락한다"며 "그 똑똑한 학생들이, 인공지능이나 반도체 설계 쪽으로 갈 수 있던 학생들이 의사 고시에 떨어져서 그냥 낭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절충안이 있다. 이 문제는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돌아오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내년에 의사 숫자를 함부로 늘린 것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며 "수시는 이미 진행이 됐다. 정시 인원을 줄이면 된다. 입시 요강에 늘 '학교 사정에 따라 인원은 조정할 수 있다'고 단서 조항을 붙인다. 그걸 통해서 의대생과 전공의를 다시 돌아오게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문제를 푸는 마지막 남은 순서"라고 했다.
sos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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