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반대하냐"는 민주…'김건희 특검 총력' 노림수는
제3자 추천·비토권까지…국힘 합의보다 이탈표에 무게
'사법리스크' 눈돌리기 분석도…"특검은 특검, 재판은 재판"
- 구교운 기자, 임윤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임윤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대폭 수정하며 국민의힘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거부하기 어려운 수정안을 내밀며 합의를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당초 김 여사 특검법에 명품가방 수수, 임성근 구명 로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개입 등 총 14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했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씨 경선 관여 및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특검 추천 방식도 기존 야당 단독 추천에서 '제3자 추천'으로 바꾸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등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최종 임명하는 방식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하는데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국민의힘, 대통령실은 반대할 수 있나"라며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신 '비토(veto)권' 조항을 넣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재추천요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갖췄지만 국민의힘이 수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을 추진할 당시에도 한 대표가 제시했던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법안을 수정했지만 한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비토권이 명시된 제3자 추천 방식에 관해 "형식은 3자 추천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야당이 재주천 요구권을 갖고 입맛대로 특검을 고르겠다는 '야당 셀프 특검'"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에 관한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그(14일 본회의) 전에 합리적 안을 제시하면 협의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의 요구에 따라 비토권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의힘이 협상에 응할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고성국의 최강시사'에서 "여당에 합의의 여지가 있다면 (본회의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면서도 "여당 상황을 보면 특검 자체를 수용할 의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협상하기보다 재의 표결에서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의 이탈표를 끌어내는 데 무게를 두고 수정안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특검을 상대 정당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격 카드로 악용하는 것은 매우 저급한 정치행태"라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비토권을 양보해도 국민의힘은 특검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수사 과정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서 받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김 여사 특검을 압박하는 또다른 이유로, 오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피선거권 박탈 등 치명적인 형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유죄가 선고될 경우 여권이 대대적 공세에 나서게 되는 만큼 특검에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부각하며 국민 여론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김 여사 특검을 촉구하는 장외집회도 개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방탄용 집회, 방탄용 특검이라고 하지만 특검은 특검이고 집회는 집회"라며 "특검과 집회 사이에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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