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북미 관계 적어도 30m서 시작…미리 겪어본 文 정부 조언 들어야"

윤건영 "윤 정부, 한반도 문제 도외시…우리도 지렛대 확보해야"
트럼프-김정은 직거래 코리아 패싱 우려…남북 긴장 완화가 우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임세원 기자 = 판문점에 가면 볼 수 있는 남자. 문재인 전 대통령 다음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가장 많이 만난 사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서울 구로을)의 수식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세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참석했다.

2019년에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위해 양측과 실무 협상에 나서는 등 트럼프 외교를 최전선에서 경험한 유일한 현직 의원이다.

윤 의원은 다가오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어달리기'가 중요하다고 봤다. 문재인-트럼프 정부 당시 쌓은 남북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외교 활동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정부, 한반도 문제 도외시해…트럼프 경험한 지난 정부 조언 들어야"

윤 의원은 지난 8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관계의 출발선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문 정부 당시 회담을 통해 축적된 성과가 있어서, 100m 달리기로 치면 적어도 30m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며 '제로포인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의원은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보면 윤 대통령은 운전대는커녕 조수석에 타는 것조차 거부하고 뒷자리에 앉았다"며 "한반도 문제를 미국과 일본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전 한반도 전략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선 가능한 모든 인적 네트워크와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집권 경험이 있고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한 문 정부의 경험은 현 정부의 외교에 참고가 될 수 있다"며 "당시 하루가 멀다하고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의견을 구해야지, 지금처럼 구속 수사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정부가 갔던 길을 무조건 따라가라는 것이 아니라, 최소 우리가 실패했던 길로는 다시 가지 말아야 한다"며 "우선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 지금으로선 비핵화 나설 유인 없어…윤 정부, 남북 긴장 완화로 지렛대 가져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국회 의원회관 7층에 위치한 윤 의원의 방에는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백두산 천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당시 양국은 평양공동선언으로 비핵화와 남북 교류 협력을 합의했으나, 북한은 지난해 11월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한반도 비핵화가 다시금 논의될 수 있을까. 윤 의원은 북한이 최근 고도화된 미사일과 북러 조약을 등에 업으면서 비핵화 대화에 나설 유인도 약해졌다고 본다. 또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가 컸던 당시와 달리 현 정부에서는 이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또 트럼프 당선인이 복귀 후 김정은 총비서와 '직거래' 외교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의 발언권은 사라지고 부담만 지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북한이 큰 지렛대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가 신속히 남북 긴장을 풀고 삼자 협상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우리나라도 대북 전단 살포를 멈추고, 북한도 오물 풍선 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이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의원은 마지막으로 "우리 앞으로 다가올 상황은 정말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일 수 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되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수 있다"며 "제발 부탁드리건대 정신 좀 차리라"고 말했다.

say1@news1.kr